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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4]갈등과 불신을 상징하는 '석궁 사건'
[연속기고4]갈등과 불신을 상징하는 '석궁 사건'
  • 정민걸 공주대 교수
  • 승인 2007.02.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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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과)

전직 교수의 석궁 사건은 단순히 사법부의 부정의적 행태에 대한 항거라거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자의 폭력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교수 재임용제도가 도입된 명분은 능력이 없거나 교육자 자질이 없는 교수를 대학에서 축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상을 중시하여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거슬리는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교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교수들은 권력자들에게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다. 재단 이사장이나 권력자들에게 도전적인 교수들을 내칠 때 의례 내세우는 이유는 국가관, 인간성 또는 교육자 자질이 없다는 자의적 평가다.

미국에서 1950년대에 매카시즘(McCarthyism)이 기세를 떨칠 때 많은 쓴소리 교수들이 공산주의자라는 미명 아래 대학에서 쫓겨났다. 이런 상황에 분개하여 정치적 독립을 위해 교수 평가제가 도입되었다. 미국 대학에서는 3-5년 정도의 평가 기간이 지나면 정년을 보장 받는 교수가 되거나 대학을 떠나야 한다. 일단 정년이 보장되면 인종차별과 성희롱이 아닌 한 어떠한 이유로도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학문의 자유를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고 다양한 견해가 표출될 수 있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무능하거나 교육자 자질이 없는 교수가 대학에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무능과 자질을 평가하는 명백하고 공정한 잣대가 없다. 명분은 있지만 실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교수 평가와 정년 보장이 도입된 정치적 배경이 상반된 것을 보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속담이 떠오른다. 자의적인 잣대로 사회의 소금과 목탁을 없애는 무모함이 없어야 한다.

김교수 재임용 탈락에는 본고사 수학 문제 오류라는 내부 문제를 지적한 것이 주요 원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가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하는 교수였다면 재임용되었을 것이다. 그를 대학에서 축출하고 사법부가 비사회적이라는 도식화된 구실로 확인 축출하는 과정에 대해 김교수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그를 의인이라고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라는 지탄이 있게 한 검찰과 사법부 관행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교수 행위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표출되어 이번 사건을 의거라고까지 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갈등을 조장하고 선동하여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할 목적으로 특정 계층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긴 정치 세력도 이런 식의 사회적 표출이 있게 한 주요 원인이다.

양심의 마지막 보루인 대학이 자의적 잣대에 의한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회 정의를 위해 봉사하는 사법부와 사회적 갈등을 끌어않고 서로 신뢰하게 하는 정치권으로 거듭날 때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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