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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퇴임교수 유형
[테마] 퇴임교수 유형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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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0 00:00:00

연구에 정년이 따로 없는 한우물 연구형

처음 연을 맺은 학문에 매달려 정년을 잊고 사는 교수들이 많다. 연구 외에 돌봐야 했던 각종 대학 업무에서 해방되어 오직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에 정년을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다. 실험물리학계의 거목인 이동녕 전 포항공대 교수(물리학)는 정년도 없고 나이도 잊은 지 오래다. 그에게는 늘 ‘가속기에 미친 사람’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인 ‘방사선가속기’에 매달려 산 지 수년 째, 현재 포항공대 방사선가속기센터 고문을 맡고 있다.

쪾다른 학문, 다른 세계에 푹 빠진 늦깎이형

한보식 전 영남대 교수(약학)는 요즘, 전공인 약학과는 전혀 다른 연구에 푹 빠져있다. 뒤늦게 발견한 새로운 세계는 다름 아닌 ‘曆法’. 그는 우리나라에 몇 되지 않는 ‘음력’연구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재직중일 때부터 관심을 가져오다 정년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대전 천문연구원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공동연구성과를 내기도 했다. 자연의 섭리와 사람의 살림살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혜로운 유산인 음력 연구에 남은 생을 모두 걸었다. 박찬기 고려대 명예교수(독문학)는 요즘 컴퓨터에 빠져있다. 어린이용 컴퓨터 해설서에 이어 정보와 사회에서 소외되는 노인들을 위한 사명감에 컴퓨터책을 쓰고 있다.

쪾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삶의 의미 찾는 사회참여형

젊은 시절의 열정을 잃지 않거나 사회 문제에 새롭게 눈을 떠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있다. 강원춘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한대성 전 강원대 교수(생물학)나 5·18 관련피해자 입법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우 전남대 명예교수 등이 그 예이다. 동강댐 건설 반대 밤샘농성에 참여하는 등 굵직한 환경문제와 생태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권숙표 연세대 명예교수(의학)는 환경운동 1세대로 사회운동의 대표적 원로로 꼽힌다.

쪾지적작업, 서적 등을 기증하는 사회환원형

많은 교수들이 정년을 맞아 그간 모았던 책이나 자료들을 학교나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다. 단순히 책 몇 권 기증하는 차원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지식과 학문을 사회로 돌려 지식과 학문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국문학)는 퇴임과 함께 지역 기업의 도움을 받아 개인 문예관을 지었다. 평생 모은 도서 3만 여권을 기증하고 도서실과 열람실을 자유로이 쓸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에게 문예관을 개방했다.

쪾포교활동에 힘쓰는 종교귀의형

퇴임 이후의 삶을 종교활동에 바치는 교수들이 있다. 곽종현 전 경상대 교수(축산)는 99년에 퇴임한 이후 2년 넘게 송광사에 머물고 있다. 불자로서 포교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절 안팎의 대소사를 챙기고 신도들을 챙기며 평생을 꿈꿔왔던 포교활동에 기쁜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 박종욱 전 영진대 교수는 98년 정년퇴임과 함께 ‘생명의 실상 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고 종교를 통해 현대인의 마음병을 다스리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라고.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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