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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지식인 정치참여를 말하다
최장집 교수, 지식인 정치참여를 말하다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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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시대, 당파성 뚜렷해야"
△국민의 정부에 참여한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현재 지식인사회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우리나라 정치문화와 담론의 특성은 보편적이고 도덕적·규범적인 가치판단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보편적이거나 도덕적이지 않다. 지식인들의 발언과 글쓰기는 정치적인 기준에서 보면 굉장히 파당적이다. 실상 지식인들의 주장과 의견은 고전적인 좌우 스펙트럼에서 드러나도 좋고, 그것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보편을 자임하면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문제다.
△신문지상에서 벌어지는 지식인 논쟁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주화 과정에서는 침묵하거나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식인들이 발언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발언은 보수적 담론의 헤게모니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 지식인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와의 연속선에서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제기의 역할을 못하고 주로 언론이 사회를 보는 퍼스펙티브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탈냉전에 우호적이지 않은 논조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은 우리의 자유를 오늘 현재에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이념과 구조와 힘인데 정면으로 비판해야 하지 않겠나. 지식인들이 이 문제를 분명히 얘기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우리사회의 빈부격차, 노동문제, 평화공존 등 가장 원칙적인 문제에는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지식인집단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한국현실을 보는 데 있어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좁고, 외국의 이론과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두 가지 현상이 결합하면서 보수성을 띤다. 좁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우리 사회의 심층구조를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고, 더군다나 지적인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면이 부족하다. 우리의 지식인문화는 비정치적, 비참여적이면서 학문적인 것을 과도하게 중요시하고, 가급적이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유보한다. 한편 그런 풍토가 학문적인 업적을 풍성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우리 사회는 순수학문 뿐만 아니라 사회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식도 필요한 단계다. 가령 정당체제는 낙후되고 정치인은 정략적이고 정권투쟁에 매몰되어있다고 지식인들은 매일같이 비판하지만, 정작 정책정당을 만드는 것은 지식인의 역할이지 정치가의 몫은 아니다. 현실적용할 수 있는 정책대안의 기반이 약한데 정책정당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 아카데미즘과 정치 사이의 영역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적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인의 역할이 커졌다. 정책대안에 대한 요구가 민주화와 더불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 영역에 대한 지식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의 정치세력과 결부되고 파당적이라고 하는 비판에 구애받지 말고 사회현실에 기여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지식인들의 지적작업이 특정정치세력과 친화성을 가진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지식인으로서 정직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정부에 ‘브레인’으로 참여했던 경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김대중 정부가 역사적으로 한국민주화를 위해서 긍정적인 위치를 갖고있으며, 발전적인 역할을 하는 정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식으로 도움을 주며 내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학문과 정치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그러한 가치관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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