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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전국 지역지식인 선언’ 주도한 김형기 경북대 교수
[인터뷰]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전국 지역지식인 선언’ 주도한 김형기 경북대 교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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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2 18:20:08
△그 동안 지역발전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처럼 지식인들이 나서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IMF이후 서울집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경제, 교육, 문화의 위기가 피부에 와 닿습니다. 현 상태에서 시장의 논리에 맡겨 두면 지방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공단을 세워 지방의 문제를 일부 해결해 왔지만 IT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집중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앙집중으로 인한 부작용도 한계에 달했다고 봅니다. 과거 ‘지방분권’이 소득과 가치의 공평한 분배차원에서 이야기됐다면 이제는 가치창출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서울에 대한 투자의 5%를 줄여 지방에 투자하면 GDP의 순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바 있습니다.”

△이번 지식인 선언이 과거의 지방활성화 운동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학술적인 연구수준을 넘어 운동차원으로 이뤄진 것은 최초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지방자치, 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 선언은 지방분권을 담론의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3권 분립은 기능적 구분이지만, 공간적으로 중앙과 지방의 분권도 새로운 민주주의 원리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지식인들이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분권의 필요성을 제기해야 합니다.”

△지역패권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도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더욱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마련된 정책들이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모든 자원이 중앙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모든 지역이 중앙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다퉈왔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대선에서도 지역패권주의가 난무할 것입니다. 국방, 외교, 거시경제정책, 국토종합관리 등 국가적 관리가 필요한 사항들만 중앙이 결정하고, 교육, 복지, 경찰 등은 지방으로 넘겨야 합니다. 이렇게 지방으로 권한이 나눠지면 사활을 걸고 중앙을 차지하겠다고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지방분권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중앙행정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입니다. 권한을 틀어쥐고 지역의 이해와 관계된 것까지 중앙에서 결정합니다. 환경, 노동, 중소기업 관련 특별행정기관이 지역에 있지만 이들은 중앙행정부의 지시에 따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중앙정치집단입니다. 현재 지방정치는 없습니다. 이들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중앙에서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지방분권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재의 법률은 서울이 다 가지고 있으면서 지방에 나눠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덜어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행정, 재정, 교육, 문화를 따로따로 진행해서는 분권이 안됩니다. ‘특별법’은 총체적으로 이양하자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지방이 결정하고 꼭 중앙이 해야만 효과적인 것을 중앙이 하자는 것입니다.”

△중앙집중 현상은 지식인 사회도 예외가 아닌 듯 합니다.
“지식인 사회의 서울집중현상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규모 학술대회는 당연히 서울에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따른 정보들도 서울로 집중됩니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학술행사들이 지방 군소도시에서 열리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지식인 내부에서도 ‘국가’의 개념은 있지만 ‘지역’에 대한 개념은 희박합니다. 계급 개념은 있어도 지역개념은 없지요.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서 서울특별시민과 지방민은 전혀 다른 집단입니다. 잘못되면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활동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서명작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서명내용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별로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고, 지방분권 특별법을 마련해서 입법청원운동도 할 예정입니다. 지식인들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분권을 위한 세부정책도 연구할 것입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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