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2:20 (금)
초점 : 갈수록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대학교육
초점 : 갈수록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대학교육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9-12 17:44:38
대학 강의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부담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숙 교육위 의원(한나라당)이 올해 국정감사를 위해 조사한 ‘전국대학교원 강의현황’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전국의 대학 강의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교양과목 63.5%, 전공과목 36.5%로 전체강좌의 4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32.6%, 1999년 35.9%, 2000년 37.2%이었던 것에서 1년 사이 8%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한해 사이에 시간강사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대학들이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대신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강사료가 싼 시간강사를 활용하는 손쉬운 경비절감 정책을 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간강사 의존비율은 국·공립대에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교양과목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공립대보다 사립대가 10%가까이 높았으나 올해는 국·공립대가 70.8%로 사립대 61.2%보다 10%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립대가 86.5%로 가장 높았으며, 부경대 83.7%, 충남대 82.6%, 창원대 82.6% 경북대 81.5%순이었다. 교수확보율을 높여 교육여건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립대가 오히려 강사료가 낮은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안이한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 절감에 교육여건 악화

사립대 가운데서는 중앙대(84.7%), 한국외국어대(83.9%)의 시간강사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사학에서는 인건비를 50%이하로 줄인다는 무리한 목표를 세워놓고 전임교원 충원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강사에게 의존하는 비율은 전공과목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학부제를 도입한 이후 전공학생수가 급격하게 변하자 대학들이 이를 경비절감의 기회로 악용하는 시작했다. 학생의 지원이 적은 비인기 전공의 교수가 정년 퇴임하면 후임교수를 충원하지 않고, 학생들이 몰리는 전공은 시간강사로 강의를 ‘때우는’ 대학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이번에 조사된 1백83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전공과목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선 대학도 22개(12%)나 됐다. 호남신학대는 전임교수 비율이 29.4%밖에 되지 않았으며, 상명대(32.2%), 추계예술대(36.0%), 한일장신대(39.8%)도 채 4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강릉대(44.4%), 성신여대(45.0%), 경원대(47.2%), 연세대(49.3%), 경일대(49.4%)등이 전공과목에서의 전임교수비율이 절반에도 못미쳤다. 국·공립대 가운데서도 강릉대 이외에 한국체육대(47.5%), 한국교원대(52.2%), 금오공대(54.9%) 등 11개 대학에서 전임교수가 차지하는 전공과목비율이 60%를 밑돌았다.

전임교수 퇴임하면 ‘시간강사’로 충원

반면 전임교수가 전공과목의 70%이상을 담당하는 대학은 강원대, 목포대등 8개 대학뿐이었다. 이 가운데 경상대는 전공과목 강좌 4천7백63개 모두를 전임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숙 의원측은 “전공과목시간마저 시간강사로 채우면서 교육의 하락이 우려된다”며, 이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대학개혁과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이처럼 대학에서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학문후속세대들의 연구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결국 이는 국내의 학문기반마저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을 주문해 왔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