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8:55 (화)
중국학에 대한 관심… 인문학의 기초 작업 활발
중국학에 대한 관심… 인문학의 기초 작업 활발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6.12.26 10:2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망_2007년 학술계 출판 트랜드

고전의 재번역이 지난해 학술출판계의 주요 트랜드였다면, 올 한해 학술의 주요 흐름은 ‘인문학 저서 출판의 활성화’다. 학계의 최대 고민거리로 ‘인문학의 위기’가 논의되는 와중에 국내의 많은 학술출판사들이 인문학 저서를 다수 출간할 계획인 것은 기대할 만한 일이다.

인문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중국학’이었다. 기존의 중국관련 출판물들이 현대 중국의 시장경제 분석이나 중국인의 처세술 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올해엔 중국의 인문학과 예술 등 기초학문 관련 도서들이 번역으로 활자화될 예정이다. 그간 중국의 정치적 특성 때문에 현대사회에 초점이 맞춰진 출간물들이 많았으나, 이제 중국의 역사, 문화, 사상, 예술 등 심층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달라진 추세를 보여줬다.


중국학에 관한 다양한 접근 두드러져

길 출판사가 출간할 ‘중국농민조사’(천구이디 외 著, 김승룡, 이정선 共譯)는 2004년 중국 당국이 금서로 지정한 책으로 중국의 농촌, 농민의 실상을 파헤친 르포 형식의 저서이다. 이 책은 중국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 중 하나인 농촌 문제를 중국의 지식인이 적나라하게 저술했다는 사실에서 주목을 받았던 책이다. 또 중국이 세계화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다룬 ‘천하체계’(자오팅양 著, 노승현 譯)와 ‘중국사상적 흥기’전4권(왕후이 著, 백원담외 共譯)도 출판된다.

미국 하버드 대학 중문과 교수인 리어우판이 1930년대 상하이에 초점을 맞춰 미시사적으로 접근해 재현한 ‘상하이 모던’(리어우판 著, 장동천 譯)도 고려대학교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상하이는 중국 근대성의 문화적 모체로 얘기되는 역동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다.

소명출판의 ‘中國古代音樂史考’전2권(양 인리우 著, 이창숙 譯註)는 중국의 고대 악보를 현대의 오선지 형식으로 바꿔 중국고대 음악의 특징을 분석한 책으로 책의 기획이 신선하다. 나남출판에서는 중국예술연구원 홍루몽 연구소가 편집한 ‘홍루몽’ 전권을 선보인다. 최용철 고려대 교수(중문학과)와 고미희 한림대 교수(중국어학과)가 번역을 맡았다. 예문서원에서는 ‘주역사전’(呂紹綱 主編, 김경방 고문)을 주역 용어와 주역 관련 인물 및 저술의 두 부로 나누어 펴낼 예정이다. 대체적으로 국내서 보다는 번역서가 다수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아직 중국학 전반에 대한 저서들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중국학 전공자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역사서적들은 동아시아 전반의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의욕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한 책으로 기대되는 것은 한울출판사의 ‘아시아신세기’ 시리즈 전8권(이강민 외 共著)이다. 종래 아시아의 개념을 인도, 아랍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역사학자는 물론 사회과학자들까지 참여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화하는 사회변동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중국사 개설서인 ‘중국의 역사’(樊樹志 著, 김지환 외 譯)도 고려대학교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에서는 동아시아학술원 학자들의 근대전환기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프로젝트 결과물인 ‘근대전환기 동아시아 삼국의 대외인식과 자기인식’(정환국 외 共著)을 내놓을 예정이다.

휴머니스트는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에 이은 도서로 ‘한국과 일본의 史學史’(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역사포럼)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연구자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가 어떻게 기획되고 구성되었는지를 2년 동안 연구한 성과를 담아낸 것이다. 중국의 역사, 문화와 관련해서 많은 책을 내온 이산에서는 ‘세계의 역사’(윌리엄 맥닐 著, 김우영 譯), ‘명청시대 사회경제사’(오금성 외 著), ‘이슬람의 세계사’(아이러 M. 라피더스 著, 신영성 譯)등을 출간한다. 

길 출판사의 ‘몸의 역사’(G. 비가렐로, 얄랭 코르뱅 編輯, 주명철 외 譯)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몸에 대하여 의학, 철학, 미술사, 문학 등 프랑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통사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역시 ‘Body’란 제목으로 생명공학 전공자와 예술분야의 전공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고,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생명과학과)가 번역할 예정이어서 기대된다.    

예술분야, 다양한 개설서 활발

미술사 분야에서는 새로운 개설서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미술사, 동양미술사, 서양미술사 등 각 분야를 통시대적으로 다루고 있는 개설서가 현재 여러 권이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미술사의 저변이 확대되고 연구 성과가 쌓여 감에 따라 새로운 개설서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미진사에서 Art History 시리즈로서 지난해 ‘서양미술사’(이은기, 김미정 共著)를 출간한데 이어, ‘동양미술사’(한정희 외 共著)와 ‘불교미술사’(김리나 외 共著), ‘한국미술사’(홍선표 외 共著), ‘현대서양미술사’(오진경 著)등의 개설서들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특히, ‘동양미술사’의 경우, 그동안 번역서가 주를 이뤘던 상황에서 각 분야별 한국의 미술사학자들이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를 통사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술문화에서는 唐代부터 近代까지의 중국화파들 중 총 15개의 화파를 연구하고 정리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된다. 지금까지 황전화파, 누동화파, 영남화파, 해상화파가 출간됐으며, 올 상반기 오문화파, 절강화파, 신안화파가 우선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미학자 1백여명이 모여 3년간 주제별로 집필한 서울대학교출판부의 ‘한국의 미학대계’ 전 3권(민형원 外 共著) 역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문학계의 관심은 일제강점기

문학 분야에서는 일제강점기의 근대 문학을 다루는 도서가 눈에 많이 띈다. 소명출판의 ‘근대를 넘어서려는 모험들-일제 말기의 문학사상 연구’(홍기돈 著)과 ‘일제 파시즘체제하의 한국 근대문학비평’(이현식 著), 서울대학교출판부의‘일제말기 한국인 학병세대의 체험적 글쓰기론’(김윤식 著)’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 후기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휴머니스트의‘고전 산문 산책’(안대회 著)과 소명출판의‘공안파와 조선 후기 한문학’(강명관 著)도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소명출판이 정약용의‘주역사전’을 총 8권의 분량으로 편찬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집류의 편찬은 열화당, 소명출판, 한길사에서 준비 중이다. 열화당에서는 ‘고유섭 전집 전8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간 고유섭에 대한 저서들은 논고들만을 편집한 저서들만 있는 상황인 만큼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보들레르의 전집’ 전7권(심재호 譯)은 그간 국내에서 주로 ‘악의 꽃’에 대한 번역만 있는 척박한 상황에서 문학가로서 뿐만 아니라 미술평론가로서도 활동하였던 보들레르의 글 모두를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소명출판의 ‘임화예술문학전집’(김재용 외 編)은 총 8권 분량으로 북한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처음 출판되는 전집이다. 한길사는 함석헌의 대표적인 저서와 번역서 모두를 재편집하고, 최근에 발견된 함석헌의 편지 등도 수록하여 ‘함석헌 전집 전33권’을 출판할 계획이다.

학제간 연구물도 눈여겨 볼만

인문학의 학제 간 통합으로 인하여 각 분야의 접촉을 시도한 책들도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휴머니스트의 ‘노마드 철학과 서양건축’(이진경 著)은 현대건축과 서양 현대 철학을 접목시켜, 건축양식과 노마드적 사유가 어떻게 만나고 소통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서울대학교출판부가 한국학 시리즈 중의 하나로 준비 중인 ‘조선후기의 기술도: 서양과학의 도입과 미술의 변화’(정형민, 김영식 共著) 역시 주목되는 저서다. 이 책은 그동안 과학사와 미술사에서 각각 별개로 진행되어 온 연구 업적을 종합, 정리하고 과학과 미술 두 분야 사이의 상호 영향을 검토했다. 또 조선후기 과학기술 서적의 삽화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 대한 과학사와 미술사를 담아낼 예정이다. 문학과 지성사의 ‘벗어남으로서의 과학’(복거일 저) 역시 다양한 과학적 지식들과 과학소설의 역사 등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엮어 놓은 책이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Darwin Lectures 시리즈 중 하나인‘Time’(김희봉 譯)을 출간할 예정이다. 시간에 대해 과학과 인문학 분야의 학제 간 연구가 어떠한 성과를 내었는지 기대된다.

과학 출판계는 올해도 해외 주요 서적들의 번역서 출판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북스는 스티븐 와인버그의 ‘최종이론 꿈’과 ‘빈 서판’으로 유명한 스티븐 핑커의 ‘단어와 규칙’을 번역, 출간하며, 승산은 ‘소수의 음악’과 ‘아인슈타인의 베일’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 외 고려대학교출판부의 ‘한국사학의 성과와 전망’(민현구 著)과 문학과 지성사의 ‘독립영화의 고고학’(이상용 외 共著), 민음사의 ‘키워드’(김성기 譯), 길의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뤽 볼탄스키, 이브 치아펠로 共著, 이진홍 외 譯),‘현대사상의 파노라마’(가제, 철학아카데미 編), 학지사의 ‘동양상담학’ 전7권(박성희 著)등이 올 한해 주요 학술서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風流 2007-01-01 19:52:15
고유섭 전집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미술사 전공자들은 모두 기다리고 있는 책입니다. 고유섭, 한국 미술사의 창시자이자 아버지이니까요. 현재의 한국미술사 연구도 우현 고유섭 선생님의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진정 한국 미술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든 학수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좋은책이 나오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나 봅니다. 기대되고, 기다려지네요. 올해는 정말 가슴 설레게 하는 책이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여러 좋은 도서 정보 감사드립니다^^

somebody 2006-12-27 15:28:17
고유섭 전집은 아직도 안나왔나. 작년에 나온다고 계속 떠들었던 것 같은데, 별로 기대안되는데요. 글구, 조르주 뒤비책은 출간될 게 아니라 이미 나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