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8:05 (목)
영상세대 맞춘 수업방식 … 교수-학생 인터액션 강조
영상세대 맞춘 수업방식 … 교수-학생 인터액션 강조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6.12.26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년 새로운 교수방법론 - Interactive Education

‘면벽수행’, ‘원맨쇼’, ‘고요한 좌절’……. 진행되는 연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전달해야할 정보는 쌓여만 가는데 강의에서 만난 학생들은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을 때, 교수는 좌절하기 마련이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의 학문적인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후학을 사랑하는 학자의 주요한 고민거리다. 문제 원인에 대한 중론은 대체로 ‘학생들이 학문보다 취업에 관심을 기울여서’라거나 ‘학문이 원래 지루해서’ 쯤 이다.

인터액티브 강의(iT_Edu: interactive Technology Education)는 원인을 다소 다른 관점에서 찾고 있다. 교수가 문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동안 학생은 영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강의는 학생에게 익숙한 영상언어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강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수-학생간의 ‘인터액션’이라는 것.

공학강의를 영상언어로 재편집

윤중선 부산대 교수(기계공학부)는 이를 위한 강의 실험을 2003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생들과의 인터액션을 높이기 위해 4학년 공학 전공자에게 국한되어 왔던 과목 하나를 과감하게 리모델링한 것이다. 우선 수강대상을 기계공학 전공자에 한정하지 않았다. 수강학년도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풀어놓았고 수강인원도 200명으로 대폭 늘였다. 인터넷을 통해 강의 내용을 강의 직전까지 수정해 게시하는 한편 강의안의 형식도 바꾸었다. 논문 형식의 강의안이 대화체의 시나리오 형식으로 바뀌었으며, 시나리오에 따라 강의 내용을 다큐멘터리 동영상으로 직접 편집, 제작한 것이다.

▲ 지난 2003년 부산대 인덕관에서 열린 인터액티브 강의의 토론장면

학생들은 각 20~30여분 분량으로 13회에 달하는 강의 동영상을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듯 ‘보고’ 듣는다. 동영상을 보고 난 뒤 미래 기술사회에 대한 논제가 주어지면 학생들은 저마다의 전공이나 체험 등을 종합해 토론에 열광적으로 참여한다. 토론의 내용은 고스란히 녹음, 녹취, 촬영되어 다음 강의내용과 동영상에 첨가, 새로운 다큐멘터리로 발전된다. 토론은 그려서 말하기(Draw & tell)방식을 이용한다. 미래에 개발 가능한 기술이나 제품을 수강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한다.

학생들은 기말시험을 대신해 텀프로젝트를 제출한다. 4인 1조로 구성된 팀은 ‘미래의 모습에 대한 상상력’과 관련된 5분 내외의 동영상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 제출한다. 현재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가 기말마다 수십 개씩 만들어지는 셈이다.

텀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색다르다. 마치 피겨스케이팅에서나 볼 수 있는 채점 방식을 도입했다. 교수를 비롯해 각계에서 초청한 10여명으로 평가위원단을 구성, 평가위원별로 채점요소를 선별한 뒤 이를 10점 만점에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평가해 즉석에서 공개토록 했다. 점수는 컴퓨터를 통해 평점이 산정되어 상영 순서대로 실시간 등위가 매겨진다.

인터넷 방송…강의가 화제로

동의대 영상정보공학과에서 2006년 2학기에 개설된 ‘이산구조’는 이러한 인터액티브 강의 방법을 이어받아 적용했다.

수강생들을 25인 1조로 구성된 팀으로 나눠 팀의 리더와 문제 풀이자, 작가에 해당되는 풀이 해설자, 아나운서, 프로듀서로 업무를 나눴다. 이들 팀은 각 단원별 문제풀이 과제를 음성방송 파일로 제작, 전용 웹하드를 통해 접수한다. 팀의 리더는 업무의 참여도별로 자가 채점을 하며 교수는 리더의 채점보고서와 음성파일을 견주어 보며 과제를 채점한다. 만들어진 음성파일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며, 수강생들은 다른 수강생들이 만든 방송을 들으며 협업적으로 각 단원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각자 방송을 통해 들은 내용은 다음날 수강생들간의 대화 논제가 되며, 이는 강의실을 넘어 수강생들의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러운 토론으로 이어진다.

2003년 강의는 멀티미디어의 강의 적용과 토론강의를 진행하다보면 토론의 내용보다 ‘무엇’을 토론하는 것인지, ‘어떻게’ 토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강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과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논의의 주제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액티브 강의는 주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영상언어를 선택했다. 학생들에게는 토론의 주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토론하는 행위나 그 언어가 어려웠다고 판단해서다. 영상세대라 할 만큼 요즘 학생들은 영화나 영상으로 된 매체에 대한 소화력이 뛰어나고, 이미지의 무작위 나열을 보면서도 일정한 주제의식을 파악해 낸다. 학생들은 영상으로 주제를 파악하는 순간부터 앞 다투어 토론에 참여하고, 이러한 열의가 강의에 대한 집중도를 점층적으로 높였다.

인터액티브 강의는 그러나 많은 재원과 노력, 교수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교수의 강의, 연구와 관련된 수많은 영상데이터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매회 진화하는 강의 영상을 제작해야 함은 물론 학생들보다 뛰어난 영상언어 관리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