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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섭 인제대 교수
[인터뷰] 박섭 인제대 교수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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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2 16:31:03
식민지시대에 대한 평가는 크게 ‘수탈론’과 ‘개발론’으로 대별돼 왔다. 전자가 식민성에 주목하는 ‘민족주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면, 후자는 식민지하의 경제성장 곧, 근대화론에 입각해 있다. 특히 개발론의 경우, 일본 우익들의 ‘망언’과 연결돼 자칫하면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논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컸다. 박섭 인제대 교수의 ‘식민지의 경제변동:한국과 인도’(문학과지성사 刊)는 이런 개발과 수탈의 양분론을 넘어서 ‘식민지와 제국주의의 상호작용’이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도 시장경제는 꾸준히 진전됐습니다. 총독부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농업정책을 폈고, 농민은 시장경제에 적응하면서 정책에 협력했습니다. 생산력이 증대하고 농민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지요. 그렇지만 농민의 소비생활이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박 교수는 제국주의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비교사적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화할 상대도 적었고 자료도 구할 수 없었다. 그가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곳은 동경대 도서관, 동경의 아시아경제연구소, 인도의 네루대학, 델리대학이었다. 그는 동경대 동양문화연구소에 머물면서 일본인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그의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식민지 시기에 대한 연구는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발전에 대해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죠. 하지만, 자국의 성장만을 인식하고 타국의 성장을 모르면 안됩니다. 자국이 1% 성장할 때, 외국이 3%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후퇴한 것입니다. 한국민족의 가능성은 이런 상대적 비교의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외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제도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가 침체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한국사에서는 사회경제의 침체나 후퇴를 외침의 결과로만 해석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그것은 한국의 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생산은 연평균 3%정도, 소비는 연평균 1%정도 증가했다. 이런 성장은 “일본의 의도와 자기성장을 꾀하는 한국인의 노력이 합해진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사교과서에서 비교사적 이해의 결여, 외국의 영향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담겨 있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일본은 수탈량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수탈의 기반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개발을 낳은 것이죠. 개발이 생활의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농공업의 생산과 유통을 근대화했습니다. 한국인이 시장경제에 적응했고, 총독부의 정책에 협력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한국과 기후나 토양, 농사기술이 비슷했기 때문에 총독부의 농업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정책과 한국인의 ‘성장 지향적’ 성향은 부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식민지와 제국주의의 상호작용’이라는 시각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한 견해다.

그가 인도를 선택한 것은 자신의 이러한 결론이 제국주의 일반에 해당되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식민지배정책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대규모 민족저항. 세포이의 반란이후 영국은 인도에 대해 자치주의를 허용하지만, 일본은 동화주의를 채택하게 된다. 이러한 식민지배 정책의 차이가 양국의 정치, 경제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도록 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선 ‘자기 사회의 고유한 발전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구의 발전과정을 기준으로 동아시아 고유의 발전논리를 찾아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동아시아적 시각’이 필요한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세계화는 결코 일거에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역적 통합이 먼저 이뤄지고 그 이후에 세계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동아시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맞는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경제사, 문화사, 사회사 연구가 병행되고 종합돼야 합니다. 동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두고서 한국을 연구해야 합니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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