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7:00 (금)
한국 道敎 고유성에 천착
한국 道敎 고유성에 천착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12.09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 정재서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302쪽

1980년대 이전 한국에서 도교학이라는 분과는 국학 체계에서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국내에서조차 체계적인 도교 연구가 없다보니 국제 도교학에서도 한국 도교 연구의 위상과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는 이렇듯 일천한 한국 도교 연구 상황에서 ‘주변부’로 규정돼왔던 한국 도교를 새롭게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불사의 신화와 사상’, ‘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이미 중국 도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던 정재서 교수는 한국 도교를 비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특히 중국 문화를 일원론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주변 문화와 경쟁하는 관계, 다원적 관계로 파악하면서 한국 도교의 뿌리와 역사, 고유성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는 우선 고대 중국 문화가 애초부터 완성되어 주변부로 전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 도교 발생 지역이 발해만 일대의 東夷系 신화 구역으로 추정한다. 이어 고대의 한국과 중국이 영토·문화적으로 경합했던 역사를 근거로 두 나라가 도교의 기원을 공유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도교의 뿌리가 같을지라도 한국 도교의 발전상은 중국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관방도교로부터 출발해 민간도교로 이행했고, 다시 민간도교로부터 신종교로 갱신해 나갔다고 말한다.

한국 도교의 고유성은 문학·미술·사상·종교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도교 문학을 시가와 소설·설화로 나누어 신화 專有 양상을 살펴보면, 도교계 시가는 중국 신화의 전유가 지배적인 반면 도교계 소설·설화에서는 한국 신화의 전유가 압도적이다. 고구려 고분의 경우에는 벽화내용과 자체 구성 방식에서 강한 도교적 지향이 보이며,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의 예에서 보이듯 고구려 도교의 일부 내용은 후대에도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온양 정씨 문집인 ‘溫城世稿’를 통해서는 조선 단학파의 이념적 성격이 민족의식과 자주적 역사의식이 파악됐다는 점을 밝혀내고, 의식의 근저에 민족 고유의 신앙과 정신체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한국도교와 신종교와의 관계에서는 ‘鸞朗碑序’의 包含三敎 사상, 원시 도교의 中和之氣 등의 개념과의 교섭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근래의 다원주의적 종교관, 생태주의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민선 기자 s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