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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 진보-보수 갈등
소모적인 진보-보수 갈등
  • 김석수 경북대
  • 승인 2006.12.0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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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이슈_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논쟁 다룬 대한철학회 학술대회

□  대한철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2일 충남대에서 열렸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지형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우리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심도 있게 다뤘다.
지난 2일 대한철학회는 충남대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지형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학술지 ‘철학연구’ 100집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라크 파병 문제, 북핵 문제, FTA 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과 관련하여 이념적 지평을 달리하는 집단들 사이의 서로 대립된 의견으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갈등과 충돌을 겪고 있다.

이처럼 국민적·국가적 차원에서 정체성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주제로 행사가 개최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요즈음 뉴라이트 진영과 그에 상응하는 ‘좋은정치포럼’의 ‘지속가능한 진보운동’의 등장으로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해가 더욱 혼란스러운 시점에서 이와 같은 발표가 열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진보의 도덕성, 뉴라이트의 한계 거론

이날 발표장에서 전개된 논쟁의 무게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생산적 담론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에 집중됐으며, 특히 지금의 뉴라이트-뉴레프트의 논의 구도가 한국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느냐에 집중되었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비교적 전자의 입장을 보여준 발표자나 논평자는 뉴라이트의 이론가인 김일영(성균관대), 조성환(경기대) 교수였다면, 후자의 입장을 보여준 발표자나 논평자는 곽노완(경상대), 이현재(가톨릭대) 박사, 이재정(대구대) 교수와 이광일(성공회대), 이재성(계명대) 교수였다.

그리고 선우 현(청주교대) 교수, 한승완(국제문제조사연구소) 박사, 이윤희(인천대) 교수는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비교적 진보주의 입장에서 각기 진보의 도덕성 문제와 뉴라이트의 한계 및 제3세대 여성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관련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뉴라이트 진영의 김일영은 한국사회의 보수-진보 갈등이 낳은 소모적 현상은 결국 ‘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의 불충분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즉 국가와 시장, 남북 및 한미 관계에서 우리의 진보와 보수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놓고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함으로써 소모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작지만 강한 국가와 책임 있는 강한 사회의 조합”을 통한 진정한 자유주의의 실현을 뉴라이트에서 찾고자 하였다.

또한 조성환도 곽노완의 꼬뮨주의를 비판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의 현실에서는, 더군다나 국가의 압도와 시장의 폭주가 기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실용주의의 노선이 실천력을 지니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뉴라이트-뉴레프트 구도, 모순 은폐할 수 있어”

한편 ‘진보평론’에서 활동하는 곽노완은 현존 뉴라이트와 그에 맞서는 ‘지속가능한 진보 운동’은 지금의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임을 주장하였다. 특히 그는 국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모두 극복하고자 하는 김형기 교수의 ‘새정치경제학’에 담겨 있는 절충주의가 신자유주의체제와 고전적 사민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노동운동이 다중과 접속함으로써 ‘능력에 따른 생산과 성과와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꼬뮨주의의 길을 추구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광일 역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대립과 갈등이 지금의 뉴라이트와 뉴레프트의 구도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오히려 모순을 은폐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현재도 한국의 뉴라이트와 신진보의 논쟁에는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측면에 개입되어 있으며, 따라서 차이와 타자성을 갖는 여성을 중시하는 제3세대 여성주의 입장에서 기존의 진보-보수 논쟁을 여성주의-반여성주의 구도로 전환시켜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윤희 역시 세부 각론에서는 상당히 입장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였다.

다른 한편 선우 현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진보와 보수의 논쟁내용 자체보다는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분석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도 합리적 보수로 태어나야 하지만, 진보 역시 강한 도덕성을 갖춘 진보로 거듭 태어나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재정은 세계적 추세로서의 신보수주의 안에 담겨 있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강조가 우리의 뉴라이트 운동에 아직 적극적으로 개진되지 못한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광일은 진보에 대한 도덕성의 요구는 결국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의  현실적 대결 구도를 추상화할 우려가 있다고 보며, 이재성은 세계적 추세로서의 신보수주의는 아메리카니즘의 근원이 된다고 보았다.

이상에서 보듯이 이번 학술대회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이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었다. 이번 논쟁이 나에게 안겨 준 가장 큰 고민은 현존 보수-진보 논쟁에 자리하고 있는 ‘시민사회론’이 노동운동과 다중의 접합으로서의 꼬뮨주의와 화해 가능성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을 위해서 대한철학회는 내년 봄 행사(2007.05.09)의 주제를 ‘민중, 시민 그리고 다중’으로 정하였다.  

 

 

 

김석수 / 경북대·철학

 


 

 

필자는 논문‘칸트에 있어서의 법과 도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 ‘칸트와 현대 사회철학’, ‘현실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현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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