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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의 ‘장소성’ 혹은 종교적 깊이
대구 도심의 ‘장소성’ 혹은 종교적 깊이
  • 정진수 영남대
  • 승인 2006.12.0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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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현대 건축(13) 대구 동성로 ‘교보빌딩’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교보빌딩’. 서울 강남의 ‘교보타워’를 비롯해 전국의 교보생명 건물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이 건물은 기하학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지역적 조화를 무시하지 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대구 동성로 ‘교보빌딩’(위 사진 가운데 건물)은 지난 2000년에 완공됐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지역적인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건축가로 강한 기하학적 형태와 홈이 파인 띠로 구성되는 파사드, 철저하면서도 환상적인 디테일의 3대 요소가 특징이다.
‘타워형’의 외관은 전국의 교보생명 건물이 동일하지만, 각 지역마다의 장소성과 특색은 조금씩 다르게 드러나고 있다. 대구 ‘교보빌딩’은 전면 도로에 수직으로 배치돼 마리오 보타의 일관된 특징으로 드러나는 기하학적 형태가 그다지 강력하게 표출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가지 색상의 수평 띠가 계속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태는 다소 이국적이고 흥미롭다. 이탈리아 경향의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교보빌딩(대구 동성로)은 그것이 위치한 장소성과 미학의 표현에서 토론의 대상이 된다. 대구 도심에 서 있는 사무소 건축물들에서 상업적 관료성이 표현되고 있다면 교보빌딩은 도심의 다른 고층 건물과 달리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다.

기하학적 형태는 보타의 작품에서 일관된 특성이다. 오히려 교보빌딩에서는 기하학적 형태는 뚜렷하나 그렇게 강렬하게 의도되지 않고 있다. 주변 환경인 다른 도시조직의 형태를 고려하고 전면에 있는 도로에 대한 해석에서 그 특성이 다소 누그러졌다고 본다. 건축물 전면과 배면의 좌우 모서리는 지층에서 파여져 있어 과도한 기하학적 견고함을 허물고 있다. 스위스 루가노의 사무소 건축물과 동경의 와타리움 미술관을 연상하게 한다. 

건축물의 규모는 보타가 즐겨 다루었던 건축물의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쌍둥이 같은 두 수직 탑이 중앙 코어 좌우에 붙어 있어 대칭을 이루고 있다. 평면 구성에서 중심에 엘리베이터 홀이 위치하고 마주보는 양 측면에 사무실 공간이 있다.

교보빌딩의 대지는 시간적으로 깊이와 의미가 있는 도시조직과 연관되어 있다. 그 대지는 과거 대구 읍성의 내부와 20세기 초 일본의 개입으로 신시가지로 구성된 중앙로 동편의 격자형 가로망이 겹치는 지역에 있으며 교보빌딩은 60년대 산업화 시대에 건설된 대구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넓은 도로에 서 있다. 도시적 해석에 관심이 있는 신합리주의 건축물이 중첩된 도시조직 위에 세워졌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3번가에 수직으로 면하듯이 교보빌딩도 전면 도로에 수직으로 배치되었다. 전면 도로에 강력한 축을 제시하며 도로라는 도시 공간으로부터 건축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폭 넓은 보도를 거쳐 입구 홀이 있고 홀은 아트리움으로 해석되고 있다. 홀을 둘러싸고 있는 창틀의 부재는 일관된 디자인 모티브를 제시하고 있는데 도로에 면한 입구와 좌우의 사무소와 서점에 출입문이 있고 합리성이 있는 모티브가 출입구 위의 띠와 창문 프레임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아트리움은 엘리베이터 홀을 거쳐 다시 넓어지고 후정으로 연결된다. 배면의 출입구에서도 전면과 같은 폭의 창틀과 모티브가 반복되고 있다. 도시의 세속적인 공간에 면하여 보타는 종교적이고 의식적인 처리로 신성한 공간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한 프로세스가 그렇게 성공적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보타의 다른 건축물에서 도입되었던 종교적 기법이 시도되었다. 페리스틸에서 하이포스틸로 연결되듯 아트리움의 합리적인 건축어휘가 2층 홀에서 재현되고 3,4층 홀에서 반복되어 두 주요 공간, 아트리움과 엘리베이터 홀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건축물이라 우리가 부르는 많은 건축물들이 외관과 내부에서 현대적 재료를 사용하고 현대적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그들을 미학적으로 모더니즘 건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대주의(모더니즘)라는 미학을 표명하고 실체로 축조되고 모더니즘의 家系에서 그의 위치를 설정하고 있는 건축물은 우리 도시에서 많지 않다. 도시적 배경을 해석해야 하는 장소에 위치한 이 이탈리아 신합리주의 경향의 건축물에서 현대주의 미학이 표명되고 있다.

기존의 도시조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스트-모던 분위기의 수정된 도시 관념에서 즉 기존의 도시질서에서 건축물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보타가 “건축가는 기억의 영토에서 일한다고 확신하게 된다”고 하였듯이 그에게 기억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교보빌딩에서 보타의 의도는 다른 도시에서 작업할 때와 같이 도시조직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신합리주의 작품이 대구 도심의 문맥과 조화를 이루는지 아니면 그것이 준거가 될는지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미학을 표명하는 건축물이 서 있기에 그리고 도시구조의 관점에서 복잡하게 얽혀진 장소성을 해석해야 하기에 대구 교보빌딩은 토론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로 생각된다.

 

 

정진수 / 영남대·건축학

필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작품으로 ‘이아랑’, ‘진인마을’ 등이 있고, 저서로 ‘현대건축의 이해 1·2’가 있다.

필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작품으로 ‘이아랑’, ‘진인마을’ 등이 있고, 저서로 ‘현대건축의 이해 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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