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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과학사회학의 쟁점』
[서평] 『과학사회학의 쟁점』
  • 오세정 서울대
  • 승인 2006.12.0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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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 지향’ 설득력 있어…


과학기술의 민주화 ‘裏面’살펴야

>>서평_『과학사회학의 쟁점』 김환석 지음┃ 문학과지성사┃ 318쪽┃ 2006

이 책은 과학기술학 (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온 김환석 국민대 교수(사회학)가 지난 10여 년간 발표했던 11편의 논문들을 수정·보완하여 엮은 책이다. 대부분 논문집에 발표된 글들이지만 상당히 평이하게 쓰여 있어서,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이 있으면 충분히 읽을 만하다.

특히 과학기술 사회학과 사회적 구성주의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제1부), 이 관점을 과학기술의 윤리와 민주화라는 실천적 문제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제2부).  본인은 자연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제시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바가 많지만, 이미 수년전 교수신문의 지면을 통하여 김환석 교수와 3회에 걸쳐 논쟁을 한 바 있어서 이 부분의 여러 논점에 대한 비판을 다시 되풀이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 책의 좀더 재미있는 부분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분야의 쟁점들에 관하여 국내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제3부와 4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4부에 수록되어 있는 ‘국내의 생명윤리법 논쟁의 사례연구’(제10장)와 ‘황우석 사태로 본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제11장) 두 논문은 한국 사회에서 ‘두 문화 (two cultures)’ 문제와, 과학기술 민주화에 대한 김 교수의 독창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제10장에서 김환석 교수는 2001년 ‘생명윤리기본법’을 마련하면서 국내에서 벌어진 여러 논쟁과 전개과정을 분석하면서, 이 논쟁에는 영국의 스노 (C.P.Snow) 가 제기하였던 전통적인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두 문화 사이의 충돌뿐 아니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라는 또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이 중첩되어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즉 과학발전을 주장하는 생명과학자와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인문학자 사이의 학문적인 입장 차이 뿐 아니라, 이들 학자 (전문지식과 명성이라는 소위 ‘문화적 자본’을 지닌 전문가)들의 ‘고급문화’에 대비되는 비전문가인 다양한 층의 시민대중과 시민단체들의 ‘대중문화’ 사이의 괴리와 갈등이 또한 중요한 변수였다는 것이다. 사실 생명윤리 논쟁에 지금도 학자들만이 아니라 종교단체나 각종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편협한 전문가들의 관점을 보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경직된 이념에 사로잡혔거나 자신들만의 주장을 생산해내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걸러내고,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을 지향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제11장에서 소위 ‘황우석 사태’를 분석하면서 필자가 주장하는 ‘과학기술의 민주화’에 대한 교훈은 논란의 소지가 많이 있다. 김 교수는 ‘시민권’의 개념을 정치나 경제만이 아니라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과학기술 정책에까지 확대해야 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고,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과학기술은 민주화에서 예외가 되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할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된다” (285쪽)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한 사람들은 전문가들인 생명과학자들이었고, 비전문가인 정치가나 일반 대중들은 심각한 오판을 하거나 진실을 밝히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가들이 한창 황우석 영웅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에도 국내 전문가 중에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언론과 대중이 애국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있을 때에 차분히 진실을 밝힌 사람들은 포항공대의 생물학 연구정보센터 (BRIC)에 참여하던 젊은 생명과학자들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전문가의 냉철한 판단이 과학기술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 정책에서의 전문가 일방주의를 매도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비전문가 참여 또한 커다란 위협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내 놓아야 할 때이다.

김 교수도 “비판적 성찰이 없는 시민 대중의 부당한 압력과 무조건적인 전문가 불신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고 (285쪽) 하니, 다음 저작에서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현실적인 대응책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오세정 / 서울대·물리학


필자는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신소재와 산화물의 물성연구분야에서 1백50 여편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했다. 1998년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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