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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해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
[서평] 『상해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
  • 김희곤 안동대
  • 승인 2006.12.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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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政에 대한‘뉴레프트적인’ 시각

>>서평_『상해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윤대원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부┃ 317쪽┃ 2006


정치한 자료 분석력 돋보여

이 책은 윤대원 박사가 학위논문,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조직ㆍ운영과 독립방략의 분화(1919-1930)’을 수정 보완하여 간행한 것이다. 1999년 발표 당시 이 논문은 상당히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런데 7년이란 시차를 두고 올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는 바람에, 신선도는 조금 줄어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연구 성과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상해시기(1919-1932)의 임시정부를 추적하면서 정부 수립 초기의 조직과 운영, 독립전쟁 방침과 간도ㆍ국내와의 관계, 국민대표회의와 개조파의 정국쇄신운동, ‘이당치국론’과 관내 민족유일당운동 등 4개 장을 설정하였다. 과거 임시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양면성을 보였다. 즉, 대한민국이 제헌헌법에서 임시정부 계승 사실을 명시했고, 남한 연구자들도 분단 구도에서 남한에 배타적 정통성을 부여하였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김일성 활동에 배타적 정통성을 부여하면서, 임시정부를 철저하게 폄하시켰다. 이것이 임시정부 평가에 대한 1단계였다.

다음 2단계는 양극단적인 평가를 넘어서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는 배타적 정통성 논리를 넘어서서 존재가치와 역할가치를 자세하게 따져보자는 방향제시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제2세대 연구자들이 동참하면서 업적들이 산출되기 시작했다. 배타적 정통성이 아니라, 한국독립운동사 전체 구도에서 임시정부가 가지는 위상을 사실 그대로 평가하자는 주장이 점차 틀을 잡아갔다.

대개 ‘뉴 라이트’적인 시각이라 평할 만하다. 이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시정부가 유일 정부이자 독립운동의 최고기관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왕의 연구가 어느 하나에만 중점을 두고 매달리다보니, 양극단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가 이처럼 제시한 연구 전제는 지극히 타당하다. 수립초기 인적 구성에 나타난 한계, 재정운영의 구체적인 분석, 최고의 걸림돌로 등장한 이승만 문제와 파행, 독립전쟁 노선을 둘러싼 갈등, 간도에 대한 임시정부의 정책 한계, 국내 선전활동과 비밀결사운동, 개조파의 정국쇄신운동, 민족유일당과 임시정부 관련성 등은 그의 자료 섭렵 노력과 정치한 분석력이 갖고 온 결실로서 돋보인다. 다만 임시정부에 대한 저자의 기본 논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80년대 다른 연구자의 사론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몇 가지 이견을 말해본다. 첫째, 임시정부의 이중적 성격을 염두에 두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지만, 실제로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내용을 소략하게 다루고, 정부 조직ㆍ운영과 방략의 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다보니 결론은 독립운동 최고기관으로서도 이름값을 하지 못했고, 정부기구로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세력이 쇠잔하여 단지 역사적 체면만 그 잔해를 남긴” 처지였다는 일본 정보기록을 인용하면서 책을 마무리 지은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일본 정보기록은 정부 수립 이후 줄곧 그런 논조였다.

둘째, 행간의 뜻을 읽노라면 정부수립보다 정당설립이 옳았다는 주장을 비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아니라 정당이었다면 다른 정당들이 거듭 생겼을 테고, 다른 지역에서 정부조직이 여럿 나타나 분쟁의 골이 깊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군정부의 존재와 행적이 그를 말해준다. 차라리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조직에 집착한 원인을 단순히 국제관계를 고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역사의 맥락에서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셋째, 저자는 외교론보다 독립전쟁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독립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 외교나 전쟁을 배타적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임시정부로서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한 방략이었지만 이를 조화시켜 나가지 못한 데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는 편이 옳을 것이다.

넷째, 국민대표회의 이후 개조파와 정부옹호파의 대립각으로 설명한 부분에서 ‘정부옹호파’라는 표현은 ‘이승만옹호파’로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개조파도 정부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요, ‘정부옹호파’도 결코 정부 자체를 옹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이견에도 불구하고, 임시정부를 새롭게 평가하는 시각이 신선하고 호평 받을 만하다. 그를 임시정부 제3세대 연구자로 부르는 학자가 있을 만큼, 그의 논지는 새로운 선을 제시한 셈이다. 1980년대 극단적인 임시정부 폄하 단계를 넘어, 이 책은 설득력을 갖추고 시각도 한 걸음 발전시킨 ‘뉴 레프트’적인 연구라 평가할 수 있다.

 

 

 

 

김희곤 / 안동대·사학


필자는 경북대에서 논문 ‘상해지역 한국독립운동단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연구’, ‘신돌석 백년만의 귀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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