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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가상대학 시범사업이 남긴 과제
진단 : 가상대학 시범사업이 남긴 과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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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5:36:54

지난 3월 발효된 평생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사이버 교육만으로 학점, 학위취득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부터 시범·실험대학의 형태로 강좌를 운영해온 대학들은 본격적인 사이버(원격) 대학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사이버대학 이외에도 ‘열린사이버대학’, ‘한국사이버대학’ 등 컨소시엄 또는 독자설립의 형태로 10여개 기관이 사이버대학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사이버 강좌 교수법 개발 시급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사이버 강의에 대한 대학의 행정지원. 지난 2년간 진행된 교육부 가상대학 시범사업을 평가한 김대원 명지대 가상교육원장(전기정보제어공학부)은 “전담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대학들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강좌하나 개설하는 차원에서는 결코 가상대학이 자리잡을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전담기구, 전담직원 하나 없이 담당교수들에게만 미뤘던 일부 대학들은 시범기간이 끝난 현재 가상대학 운영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겸임직원 한명만을 배치하고 담당 교수들에게만 기댄 채 사이버대학을 운영한 한 대학의 관계자는 강의실 수업과 전혀 다른 다양한 환경이 갖춰져야 함에도 별다른 지원하나 없이 진행된 학교당국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신시스템의 안정적인 보완 또한 시급한 과제다. 기반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장비를 갖추지 않아 접속조차 할 수 없거나, 접속불량으로 강의가 중단되는 데 따른 수강생들의 불만은 시범사업기간 내내 지적된 사항이다. 열린 사이버대학에서 3학기째 가상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최흥순 공주대 교수(국민윤리교육과)는 “접속이 안돼 과제제출을 못했다”거나 개강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나서 “이제야 접속이 가능하게 됐다”는 전자우편을 받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사이버 공간이 강의실에서 얼굴을 맞대는 것과 소통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에 적합한 교육내용을 발굴, 지원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사이버 대학에 참가했던 교수들은 “사이버 강좌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은 금물이다”고 조언한다. 신현택 숙명여대 사이버가상센터 소장(약학부)은 “강의실 강좌보다 장점이 없는 사이버 강좌는 실패한다. 출석수업이 불가능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사이버 강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대학만의 특성화된 강좌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모형개발과 관련 교수들은 전혀 다른 교육환경에 따른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스템 운영 방법 등 기술적인 지원 뿐만아니라 강좌내용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강현주 인하대 교수(미술교육과)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좌별 적절한 학생수의 산정은 가상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데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할 문제이다. 이와 관련 우리보다 앞서 사이버 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강의관련 설문결과, 미국 교육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온라인 강의가 면대면 강의보다 더욱 많은 부담을 준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강의실에서는 3~4명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 되지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80~90%가 메일로 질문을 해온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수도 강의실 강의의 평균 인원 40명보다 적은 25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는 사이버대학은 이번 학기까지 개설대학 학생 30명, 참여대학 학생 30명 총 60명으로 인원을 제한했으나, 다른 사이버 대학들은 인원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강좌들은 1천5백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다.

강의실보다 강의부담 커
시스템지원의 미비나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은 그 다양한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최흥순 공주대 교수는 “시간제약이 있는 강의실 교육보다 많은 질문과 다양한 토론이 이뤄진다”며 사이버 강의의 긍정적 효과를 말했다. 인터넷상에 토론모임도 생기고, 질문의 양도 강의실보다 3~4배가 늘었다는 것.
또한 강의실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강현주 인하대 교수는 “강의실에서 이론과 실기교육이 따로 이뤄졌다면,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의 절충이 가능하다”며 강의실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제3의 대안’으로 보았다. 강 교수는 이론과 실기가 동떨어진 디자인 교육의 해법을 사이버 공간에서 찾고 있다.
사이버 강좌가 대학 강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98년부터 99년까지 추진한 ‘가상대학 시범대학’ 운영 결과, 1998년 1학기 2백87개였던 사이버 강좌가 99년에는 1천1백여개로 증가했고, 수강인원도 2만2천명에서 1년 동안 9만1천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이버 강좌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원시스템 보완, 학생관리 내실화, 강좌운영 지원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참가 교수나 시범사업을 평가한 교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손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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