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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고려대 亞硏 심포지엄, ‘남북정상회담과 패러다임의 전환’
초점 : 고려대 亞硏 심포지엄, ‘남북정상회담과 패러다임의 전환’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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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5:29:58

1948년 미군정과 우익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일민족국가수립’을 위해 북행을 감행한 김구와 김규식의 거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지금, 해방공간의 평화적 통일민족국가 수립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김구․김규식등의 ‘남북협상파’가 새삼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이하 아연)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영향과 의미’(이호재 고려대 교수), ‘남북정상회담과 한미관계’(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남북한 통일방안의 접점’(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통일과정과 통일체제의 모색’(박명림 아연 북한․통일연구실장)등 남북관계의 주요 현안을 주제로 국내외 학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심포지엄은 공동선언문에 명기된 1항의 ‘자주’ 원칙과 2항의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 인정’ 부분에 대한 국내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선언문에 나타난 통일방안, 통일체제의 구상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발표자들은 모두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상회담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발표한 이호재 고려대 교수(정외과)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을 각각 김구․김규식 노선, 등소평 노선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의 등장은 김구․김규식의 남북협상파의 재등장”이라며, 전임 대통령들이 승공통일정책, 북한 흡수통일 정책에 그친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전쟁 혹은 무력수단을 동원할수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한반도의 다른 한쪽을 엄연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협상파 노선’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회담에서 실리에 충실한 실용주의와 타협에 능란함을 읽었기 때문에 김정일의 ‘등소평化’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김정일의 등소평化 가능성

그러나, 이런 ‘협상 노선’의 성공에는 협상자체의 성공 못지 않게 ‘내부적 냉전 구조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런 점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종오 계명대 교수(사회학과)의 견해는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는 공동선언이 “한반도 문제의 민족내부화 혹은 당사자주의와 북한고립정책을 빅딜”한 ‘정치적 상호주의’의 표현이라 평가하며, “국민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성공은 50%이상 국내정치의 안정과 사회적 개혁의 성과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동선언문 1항의 ‘자주원칙’에 대해 서동만 교수는 이 합의문에 대한 야당이나 보수언론의 비판을 간접적으로 겨냥해 그동안 7․4공동성명의 자주원칙을 북한은 주한미군철수로, 남한은 통일의 당사자 원칙으로 해석해왔으나, 선언문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이 “주한 미군은 남북한이 힘을 모으는 데 근본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이해에 도달 한 것은 상당한 인식의 진전이라는 것. 서 교수는 2항의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대해서도 “북한이 연방제안을 수정한 것과 동시에 남한의 연합제안 중 국가연합단계도 북한의 연방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 북한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된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통일방안이 ‘접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기할 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한 전망. 그는 3단계 통일 방안이 기존의 공식방안보다 북한측 통일방안과 접근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준-여운형-조봉암 노선 복원 필요

이날 토론에서 통일과정과 통일체제에 대해 발표한 박명림 실장은 “분단이라는 전후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조급하게 바로 통일체제, 통일국가로 연결시키려 하기 보다 통일과정, 통일상태를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전후체제와 통일체제의 중간단계로서 △긴장완화와 군비축소 △교류협력의 제고를 통한 협력적 의존․경제통합 △전후체제 유지의 핵심법령의 상호개폐 △사회통합, 질서유지, 아이덴티티 확장과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실장은 통일체제의 핵심적 요소로서 ‘시민권(citizenship)’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요소와 평등과 공공의 복리를 위한 제한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남북 모두에서 수용되고, 배척된 건준-여운형-조봉암의 노선과 국가 사회구상, 평화통일방략을 복원하고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정상회담과 한미관계를 발표한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정상회담으로 북미관계의 진전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으로, △미군의 역할 재고 △대북제제조치 완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heater Missile Defense:TMD)의 변화 △북한의 불량국가(Rogue state) 규정 탈피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날 토론에는 와다 하루끼 동경대 교수등 국내외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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