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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육아에세이 펴낸 이강옥 영남대 교수
화제의 인물 : 육아에세이 펴낸 이강옥 영남대 교수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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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5:18:48

학문의 길을 선택했던 학인들이라면 한번쯤은 아이키우기에 대한 기쁨과 고통을 맛보았을 것이다. 더욱이 부부가 함께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이에 얽힌 사연 역시 남다를 듯하다.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학과)는 이러한 사연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불혹의 나이에 얻은 첫 아들을 아내없이 혼자 기르면서, 그에 얽힌 상념과 단상들을 엮어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돌베개)를 펴낸 것이다.

이 교수의 육아에세이는 사실 책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서른 여덟에 결혼하고 2년후에 첫 아이를 낳았던 늦깍이 아빠 이 교수는 공부를 마치기 위해 유학을 떠난 아내 대신 혼자 아이를 길러야 했다. 그러나 아이를 기르는 것보다 이 교수의 내면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IMF라는 국가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이었다. 이런 자신을 반성하고 위안하기 위해 이 교수는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 글들은 1년 동안 영남대 홈페이지에 연재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글들이 교수와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받으면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던 것. 그렇다고 이 교수가 아이키우기와 유아에세이에 매달려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은 물론 아니였다. 이 교수는 이 기간동안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했으며, 그 결과 성산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키우기는 자칫 아주 일상적이고 개인적이며 자질구레한 일이라고 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는 아빠로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 경험으로 볼 때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제 글을 읽고 여성의 현실을 이해하고, 아빠도 아이를 기를 수 있고 또 길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이 교수가 홈페이지에 올렸던 육아에세이를 모아 책으로 엮어낸 소박한 동기이다.

이 교수의 책에는 아빠가 돼 아이를 기르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이 오롯이 그려져 있다. 자기 아이만이 최고인양 호들갑을 떠는 여타의 육아일기와는 달리, 아이를 키우며 느낀 우리 사회의 양육문제와 여성들에게 ‘동류애’를 느낀 이 교수의 진지한 고민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나의 모성은 무르익어 내 빈약한 젖꼭지에서도 젖이 흘러내리는 듯 했다”는 그의 표현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억압적인 통념을 벗어나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지성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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