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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자리 :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의 내용과 문화계의 반응
문화의 자리 :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의 내용과 문화계의 반응
  • 교수신문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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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4:00:02

지난달 27일 문화관광부는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3차 개방조치는 영화부문의 경우 70여 개의 공인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전체관람가 영화만을 상영하도록 했던 2차 개방조치의 제한을 없애고 ‘18세미만관람불가’ 영화를 제외한 모든 일본영화의 국내상영이 가능케 했으며, 그간 개방을 미루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등 각종 국제 영화제 수상작의 수입을 허가했다. 이와 연동된 비디오 시장의 개방은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한해 이뤄졌다. 한편 2천석 이하 규모의 실내에서만 무대를 꾸밀 수 있게 했던 대중가요공연 부문은 실내외 구분 없이 전면개방을 허용했으며, 음반시장은 일본어 가창 음반을 제외한 나머지 음반의 수입을 최초로 허가했다.

1·2차 조치 결과에 자신감 얻어

게임부문은 플레이스테이션, 드림퀘스트, 닌텐도 등 게임기용비디오게임기를 제외한 나머지 게임물을 개방, 한국어 버전 이외에 일본어 버전 게임을 소비자가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개방은 최초의 개방으로 매체 구분없이 스포츠, 다큐멘터리, 보도프로그램의 방송을 허용했고,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의 경우 공인된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전체관람가 영화로서 국내 개봉작 방영을 허용했다.
특히 최초로 개방되는 분야들이 먼저 개방된 부문의 전례에 따라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그간의 개방 전략이 국내 문화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7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발표한 ‘일본대중문화 개방정책 심사분석 최종보고’에서도 이런 시각은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5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 조사에서 일본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인지도는 63.6%로 개방이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단계적 개방에 찬성하는 사람이 54.6%를 차지함으로써 전면개방찬성(17.9%), 개방확대반대(25.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책결정에 탄력을 붙게 할만한 이런 조사는 “개방 이후 일본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1988년 0.4%에서 1999년 3.0%로 증가했으나,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1999년 흥행 호조에 힘입어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1998년 28.7%에서 1999년 36.1&로 급상승”했다는 사실을 들어 “일본영화개방에 따른 한국 영화산업에의 경제적 효과는 현재까지는 우려할 만한 부정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경제적인 측면까지 이어졌다.
또한 우리 문화상품의 일본시장 점유율이 영화의 경우 0.3%, 비디오의 경우 0.7%, 음반의 경우 0.2%가 되면 손익분기점이 나타난다는 자료로써 일본대중문화 개방조치가 실보다 득이 많은 정책임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집단들도 있다. 분야별로 상이한 산업구조로 인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대중문화의 생산력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서 일치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개발원의 보고서가 빠뜨리고 있고, 3차 개방조치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다. 당국의 경청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영화인회의는 개발원이 일본영화의 한국영화시장 잠식율을 조사한 시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영화인회의에 따르면 개발원이 조사를 했던 시기는 지난 1월. ‘하나비’, ‘카게무샤’, ‘우나기’, ‘나라야마부시코’ 등이 연속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이후 ‘러브레터’가 겨우 ‘대박’을 터뜨릴 때였다. 2월 이후 관객동원에 성공했던 ‘철도원’(40만), ‘사무라이 픽션’(40만), ‘감각의 제국’(32만), ‘4월 이야기’(32만), ‘셸 위 댄스’(30만) 등은 시장점유율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2차 개방 이후 수입된 영화가 상영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무시한 조사였다는 평가이다. 영화인회의 측은 일본영화의 시장장악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개방의 속도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족음악인협의회의 김보성 사무총장은 개방의 폭이 전면적이지 않음을 탓한다. 김총장은 “ 개방하려면 완전히 빗장을 풀어야 하는데, 굳이 일본어 음반을 제외하는 방어적인 개방으로 일본대중음악에 대한 신비감만을 조장하는 결과가 초래될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실상 일본의 대중음악인들이 전략적인 장르로 댄스뮤직과 락을 꼽고 있지만 두 분야의 국내 역량이 크게 딸린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김총장은 일본대중음악을 전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왜곡된 한국음반유통구조가 정상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개방이냐 보호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개방 혹은 보호인가라는 점이다. 소비자와 창작자가 동시에 만족할만한 깨끗한 유통구조를 위해서도 선진적인 음반시장의 국내진입은 필수적이다”라고 김총장은 말한다.

분야별 특성 고려가 아쉽다

처음으로 개방된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해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 협회의 이혜원 씨는 “이 정도면 충격적이지는 않다. 앞으로 전면적인 개방이 있기 전에 우리의 역량을 키울 방법이 문제”라고 판단한다. 현재 제작비 융자, 애니메이션종합지원체계 구축, 애니메이션 전용극장과 애니메이션 센터 건립 등 전에 없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계는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구축보다 소프트웨어를 생산할 수 있는 인력개발에 진력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인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동안 개방되는 간격이 문제가 될 것이다”라는 이씨의 말은 영화시장잠식률 계산과 개방속도판단을 의심받고 있는 개발원과 정부가 귀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일본대중문화개방 프로그램은 1998년부터 진행된 방송진흥원, 개발원 등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연구를 수렴 국내 대중문화산업의 육성을 위한 ‘문화산업비전21’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스크린쿼터나 방송애니메이션 상영일수 제한 등 일본측이 문제를 삼을만한 난제가 남아있다. 정부는 ‘경쟁력이 있는 분야부터’라는 개방의 원칙에 ‘부문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개념을 부기해야 한다. 3차 개방조치에서 아쉬운 부분들은 답습되지 말아야 한다.

<류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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