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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대학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테마]대학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 교수신문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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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3:53:15


[테마]대학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② - 소통의 욕망 불통의 공간

대학공간을 옥내공간과 옥외공간으로 나눈다면 점점 중요함이 더해질 공간은 옥내공간이다. 건축물과 광장, 편의시설 등의 배치는 언제나 중요한 주제로 남아있겠지만, 물리적으로 한정된 캠퍼스의 크기로 인해 건축물 내부의 환경이 주목받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단과대학을 적극적으로 도시공간 속에 세우려는 대학들의 시도 또한 이런 유추에 타당성을 높인다.
그런데 건축물 내부에서 이용자들의 소통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교수와 학생, 건물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늘상 대면케 하는 공간은 그 자체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매개이다. 수평적인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강의공간, 교수연구실, 복도가 수평적인 공간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건물사용자들의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인문관의 경우, 교수연구실 복도와 강의실 복도가 격자형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그 출입구를 따로 마련함으로써 출퇴근, 식사, 타 건물 강의를 위해 이동하며 학생들과 우연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형식이 돼버린다. 동선의 배치를 미리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이 신경을 쓰는 지점도 이곳이다.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설계하고 현재 한국전통문화학교를 만들고 있는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원)은 “공용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복도와 계단, 그리고 화장실까지 건물사용자들이 우연하게 만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해야 하고 홀과 라운지도 서로 만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수연구실과 같은 개인공간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대신 공용공간에서의 조우를 활발하게 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관계는 건물 내부의 널찍한 공용공간을 채우는 컨텐츠로 전화하기도 한다. 보통의 대학건물의 경우 각 층의 라운지는 일대일 대화를 위한 커피자판기와 의자가 배치돼 있지만 견실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공간이라면 조금 다른 활용으로 전화한다. 층별로 학생들과 교수들의 작품전이 지속적으로 열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건물의 라운지들은 이런 활용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물론 목적성이 분명치 않은 이런 공용공간의 활용은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충분히 다른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건축된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경우 또한 특기할 점을 지니고 있다. 이 건물은 채광성이 보장된 사각형의 뜰을 둘러쌓은 건물에서 뜰에 면한 복도에 유리벽을 만듦으로 해서 각 복도를 다니는 구성원들의 움직임으로 서로 알 수 있게 했다. 또한 이 건물의 각 층 로비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파라솔 테이블, 그랜드 피아노 등을 비치,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 공간에서 금요일마다 열리는 소연은 커뮤티티 구성원들의 소통을 촉진시킨다.
엔소니 기든스는 “공간은 사회적 집단화가 구조화되는 비어있는 차원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체계를 구성할 때 관여하는 것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판단처럼 대학인의 생활공간, 대학건축물은 공동체 형성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류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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