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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논문] 겸재의 金剛全圖, 새로운 해석 제기
[화제의논문] 겸재의 金剛全圖, 새로운 해석 제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11.1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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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學이 아니라 天文學的 상상력

지난 3일~4일 이화여대에서 ‘미술사와 ‘지금 여기’’라는 주제로 열린 미술사연구회 창립20주년 심포지엄에서 강관식 한성대 교수가 겸재의 ‘금강전도’를 천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할 것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금강전도’에 대한 주류적 해석은 義理易學설과 象數易學설로 나뉘어 왔다. 먼저 최완수로 대표되는 의리역학적 해석은 화면을 음양원리의 구성으로 보아 음은 수목이 우거진 토산으로, 양은 골기가 삼엄한 암산으로 표현된다는 해석이다. 상수역학적 해석은 1980년대 유준영이 제기해 오주석, 조민환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이들은 금강전도의 원형구도는 태극의 상징이며 오른쪽 암산에서 비홍교까지 S자 곡선으로 변화되는 건 바로 태극의 음양으로 분화되는 역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일부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거대한 원형 안에 집어넣는 발상을 하게 됐을까. 하나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행성을 보는 것 같다”며 해석의 실마리를 겸재가 천문학 겸교수를 지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근래 독해된 여러 자료에 따르면 겸재는 양반 사대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중인들이 맡아왔던 천문학 兼敎授를 지냈다. 강 교수는 금강산을 완전한 원형구도로 구상·설정할 수 있었던 데는 “조선후기에 음양오행의 개념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고, 겸재가 겸교수로 출사해 가르칠 정도로 깊은 식견이 있었던 천문학적 세계관과 상상력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근거는 겸재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김석문의 ‘역학도해’다. 김석문의 책은 총 24개의 도설을 보여주는데, 가령 제1도의 텅빈 태극도를 지나 맨 처음 만나는 제2도는 ‘黃極九天圖’와 ‘赤極九天圖’ 두 폭을 싣고 있는데 “이는 놀랍게도 서양의 천문학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重天說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日月과 星辰의 궤도가 그려진 천계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이 김석문의 태극에는 형이상학적인 태극에서 조선후기의 우주적이고 천문학적인 태극, 즉 “일월과 성신이 실재하는 현실존재로서의 우주와 천체로서의 태극이라는 새로운 성격이 들어있다”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금강전도를 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강 교수는 겸재의 천문학 경력을 가지고 일부에서 진경산수를 “포스트모던적 타자론이나 탈민족주의론의 표상처럼 피상적으로 오독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해석에 대해 김용철 성신여대 교수(미술사)는 “정선 신화만들기 혐의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제기했으며, 홍선표 교수 등은 “겸재라는 인물을 봐도, 시대적 분위기를 봐도 천문학적 식견이 반영됐다는 논리는 좀더 검증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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