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과 KBS 추적60분은 학생수가 1만명 이상인 수도권 소재 대학 22곳 가운데 무작위추출방식을 통해 대학 및 학과 3곳을 선정, 소속 학과 교수들의 논문을 검토했다. 또 22개 대학 중 다시 무작위방식으로 10곳을 선정, 각 대학 총장의 논문을 살펴봤다. 무작위추출방식에 따라 선정된 검증대상은 S대 역사계열학과, H대 체육계열학과, K대 경영계열학과 교수들과 D대 등 10개 대학의 총장을 포함하여 총 35명의 논문이었다. 이 가운데 검증이 어려운 의학 전공 총장의 논문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
교수신문과 KBS 추적60분의 무작위 추출을 통한 논문조사결과 44%에 달하는 교수 및 총장이 자기표절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23일까지 약 3백50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34명의 교수 및 총장 가운데 무려 15명이 자기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5명의 대상자는 모두 출처를 명기하지 않고 자신의 이전 연구실적을 중복활용했다.
지금까지 학계는 자기표절 및 중복 게재가 일부 교수들의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언급해 왔으나, 이번 실사를 통해 자기표절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으며 연구물의 중복사용에 관한 학계의 합의가 부재한 상황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비학술지간 논문 중복게재, 국내논문을 1백% 번역해 해외 학술지에 게재한 경우, 논문을 그대로 저서에 삽입하는 경우, 박사학위논문을 장별로 나누어 발표하는 경우 등 논란의 대상이 되는 유형은 결과에서 제외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 제목과 내용이 동일한 경우 △ 내용은 동일하지만 제목이 다른 경우 등 1백% 복제형 논문도 발견됐으며, △ 연구 방법과 대상이 동일하고 서술내용도 같지만, 몇 가지 데이터만 수정해 업적을 부풀리는 사례도 포착됐다.
또한 △ 저서의 일부를 그대로 복제해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한 경우 △ 핵심 내용이 50% 동일한 경우 △ 이전 논문의 일부 장을 축약 복제한 경우 등 지금까지 교수신문이 지적해온 자기복제의 유형도 계속 발견됐다.
조사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도 포착됐다. ‘○○과학’이라는 학술지에 연달아 3편의 논문을 게재한 H대 L 교수는 ‘○○○○ 동작의 ○○○○에 관한 연구’를 게재하고, 이어 그 다음 페이지부터 ‘~ 동작의 ○○ 반력에 관한 연구’, ‘○○ ~ ○○ 동작의 ○○ 반력에 관한 연구’를 연달아 게재했다. 한 권의 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게재했지만, 이 세 논문은 동일한 방법론과 동일한 문장구조를 포함하고 있으며 데이터 수치만 달리했다.
이 논문을 검토한 한 전문가는 “학술적 연구 방법론의 질적 차원에서 마땅히 한 논문에서 동시에 수행되어야 했다”고 전했다. ‘A·B·C에 관한 연구’라고 하면 될 것을 ‘A에 관한 연구’, ‘B에 관한 연구’, ‘C에 관한 연구’로 쪼개어 업적을 부풀리기 위한 혐의가 있다는 것. 그는 “그런 논문 세 편을 하나의 학술지에 동시에 게재한 점도 특이하다”고 전했다.
최근 교수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10월2일자 414호 ‘기획연재-잘못된 관행, 표절의 생태학 ③ 어디까지가 자기복제·중복투고인가’), 67명의 전현직 학회 편집위원들은 ‘학술지에 실린 자기 논문을 학술지가 아닌 잡지에 기고한 경우’ 55.2%가 자기표절이라고 응답했고, 41.8%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해, 자기표절과 관련한 학계의 합의점을 찾기 힘들었다.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를 통해 자기표절에 대한 기준과 인식이 제각기라는 점을 학계의 반응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표절 혐의가 발견된 S대 L 교수는 “대중들에게 연구성과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중지에 게재하는 것은 중복이 용인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H대의 L 교수는 “내가 쓴 책에 있는 것은 얼마든지 베껴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광영 중앙대 교수(한국학술진흥재단 연구윤리정책위원장)는 “이전 연구물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책을 발간하는 것은 새로운 연구를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신준용 고려대 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일단 발표가 되면 자기가 썼다 하더라도 공적자산”이라며 “내 것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베껴 써도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성택 고려대 교수(학술진흥재단 인문학지원 단장)는 “돈을 받았든 안 받았든, 학술지 논문에서 비학술지 논문으로 가든 그 반대로 가든, 한글에서 영어로 가든 영어에서 한글로 가든, 논문을 중복사용할 경우 그 출처를 밝히자는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최장순 기자님, 계속 취재해서 교수들이 연구 윤리 의식에 대한 의식이 생기게끔 해주세요. 하긴 교수들이 기자 말을 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