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자본도 민족경제 내부에서 자기재생산의 기반을 갖는 민족자본과 그렇지 못한 외국자본 및 매판자본으로 구분된다. 민족경제영역의 충실한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전 국민경제가 민족경제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는 민족경제론이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가 기초산업과 중소기업의 발전에 기초하여 여러 산업들간의 긴밀한 분업관련 속에 자립경제를 달성하는 데에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생존기반이 민족경제의 부차적 영역에 있는 민중들은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민족적 이해가 일치하게 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하게 띠는 민족경제 통합의 주체가 된다고 한다. 이로써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론경제학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민족주의라는 개념도 민족경제론 내부에서는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민족경제론은 해방 이전부터 60∼70년대까지 면면히 이어져오던 민족주의적·민중적 관점을 총괄한 경제이론이라 위치지울 수 있을 것이며, 박현채 자신이 시동을 건 80년대의 사회구성체논쟁이라든가 심지어는 중소기업육성을 강조하는 ‘대중경제론’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스스로 인정했듯이 민족경제론은 그 자체로 완성된 체계를 추구하지는 않았으며, 그러한 점에서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먼저, 사회구성체논쟁에서 박현채는 한국이 국가독점자본주의단계에 있다는 지극히 일반이론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그것이 일종의 특수이론인 민족경제론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으로 오늘날과 같이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구분조차 모호해진 지구화 시대에 자급자족형의 재생산기반을 강조하는 민족경제론적 관점이 이론적·실천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민족경제론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 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