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1:35 (수)
[인터뷰] ‘레미콘 분쟁’ 의견서 발표 주도한 이광택 국민대 교수(한국노동법학회 부회장)
[인터뷰] ‘레미콘 분쟁’ 의견서 발표 주도한 이광택 국민대 교수(한국노동법학회 부회장)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8-29 09:57:23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교수 21명은 지난 13일 ‘레미콘운전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근로자’라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노동조합 인정과 단체교섭, 두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1백50일이 넘도록 파업을 벌이고 있는 레미콘운전자들, 인권·시민단체들이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어, 관련학계에서도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레미콘 노동자 기본권 실현을 위한 1백인 위원’중 한 명으로 이번 노동법학자 의견서 발표에 참여한 이광택 한국노동법학회 부회장(국민대 법학과)을 만나 ‘레미콘 분쟁’의 문제점을 들었다.

△노동법학자들이 ‘레미콘 분쟁’에 대해 의견서를 발표한 이유는.
“경찰이 여의도에서 레미콘 운전자들을 끌어낸 이후 지금도 5백 여명이 당산철교 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노동자는 구속하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사용자는 방치하고 있다. 노조는 적법하게 설립됐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그런데 사용자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법적으로도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는 2년 이상 걸린다. 사용자들은 이를 믿고 버티지만 이 사이에 노동자들은 심각한 생계문제에 부닥친다. 이번 의견서에서도 2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처벌을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왜 유독 레미콘노조에 시민단체들과 학계에서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가.
“노동자 1천2백만명 가운데 과반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 보험 모집인들의 노조가 문제되고 있지만 ‘레미콘’은 새롭게 나타난 형태이다. ‘지입차주’는 형식상으로 자영업자의 모습을 띄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에게 종속돼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일 뿐이다.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에게 자영업자의 형식을 갖추도록 해 노동법관계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인정여부의 판단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로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14조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노조법 2조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조법상의 근로자임에는 분명하다. 노조법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근로계약이 아니라도 품을 팔아 생활하는 이들은 여기에 해당되며,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 캐디나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는 않지만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스스로 법적 보호를 받는 자이다.”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노동부, 법원으로부터 ‘노조인정’ 판결이 났는데도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근로자의 파업에 대해서는 그것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사법처리나 엄정 대처를 공언하던 정부가 이번 사태와 같이 사용자의 계속되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어느 국민이 정부의 노사관계에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법원, 지방노동위원회, 노동부도 인정한 것을 검찰이 이행하지 않는 것은 법 논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
의견서를 발표한 노동법 전공 교수들
강성태(대구대), 고준기(군산대), 고호성(제주대), 곽노현(방송대), 김교숙(부산외대), 김인재(상지대), 박홍규(영남대), 송강직(대구카톨릭대), 신인령(이화여대), 오문완(울산대), 이광택(국민대), 이병태(한양대 명예교수), 이상덕(계명대), 이상윤(연세대), 이승욱(부산대), 이원희(아주대), 이철수(이화여대), 정인섭(수원대), 조경배(순천향대), 최영호(한신대), 최홍엽(조선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