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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위적이고 다소 폐쇄적…日, 깔끔하고 경쾌함
中, 인위적이고 다소 폐쇄적…日, 깔끔하고 경쾌함
  •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
  • 승인 2006.11.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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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누각과의 비교
□ 烟雨樓, 강희42년(1703) 창건, 건륭 55년(1790) 완공.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용 행궁인 승덕 피서산장 안에는 물가에 위치한 ‘연우루’가 있는데 중국의 대표적인 누각건물이라 할 수 있다. 강희42년(1703)에 시작해 건륭 55년(1790)에 완공된 행궁은 5백64만평에 달하며 이 안은 궁전, 호수, 평원, 화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누각 건물은 호수 위로 돌출되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연우루는 인공대지를 조성한 위에 세워졌고 돌난간을 두른 점이 경회루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 근처에는 석가산이 조경요소로 구성되어 인위적인 경관을 구사하는 중국풍의 수법이 보여 자연주의적 조경수법을 사용하는 경회루와 대비된다.

건물은 2층으로 상·하층 모두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4면에 회랑을 두르고 있다. 하층을 돌기둥으로 구성한 경회루와 달리 여기서는 하층도 건물로 활용하고 있는 점에 차이가 있다.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서의 ‘개방성’이란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경회루가 4방을 완전히 개방한 평면이라면 연우루는 창호 등으로 마감한 내부의 벽체를 회랑이라는 매개공간을 통해 자연과 통하도록 한 점에서 개방성이 감소된다. 이러한 방식은 중국의 누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2층에는 풍혈과 간략한 난간을 설치했으나 경회루에 비해서는 간략하다. 지붕은 용마루가 없는 소위 무량각 방식을 채택하여 독특한 외관을 보여준다. 지붕은 팔작이나 경회루에 비해 측면지붕이 매우 적어 화려한 감이 훨씬 덜하다.

일본 계리궁은 智仁親王이 1620년부터 5년간에 걸쳐 건립한 별장으로 교토시 계천가에 위치해 있다. 연못가에는 古書院, 中書院, 新御殿 등이 연결돼 있다. 이 건물들은 경회루, 인위루와는 달리 단층의 주택건물로 두 건물과 성격상 다소 차이가 있으나 경관이 좋은 곳에 위치한 점, 물과 건물과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 桂離宮, 지인친왕 대(1620) 창건, 1625년 완공.

계리궁의 건물들은 연못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인공의 대지를 구성했다. 적극적으로 물가에 다가선 경회루, 연우루와는 입지면에서 차이가 있다. 건물은 굵은 직경의 부재들을 활용해 축조한 경회루나 연우루와 달리 직경이 매우 작은 부재를 사용하여 깔끔하게 축조한 전형적인 일본풍 건축미학을 보여 준다. 지붕도 기와와 같은 질박한 재료가 아닌 茅葺을 이용하여 경쾌한 모습이다.

건물 바닥은 마루높이가 바닥에서 부터 2미터 정도 올라와 있고 벽체는 흰색의 종이로 마감돼 정원의 넓은 잔디의 초록색과 대조되어 아름답다. 창문을 열면 연못이 잘 보이도록  조망을 고려했다. 내부 바닥은 일본 전통의 다다미를 깔았으며 수묵화 등으로 실내를 정교하게 장식했다. 건물과 건물은 좁은 복도를 통해 연결되는 일본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형태의 디딤돌을 놓아 아름답게 꾸몄다. 연못 주변에는 다실과 정교한 형태의 다리를 놓아 독특한 경관을 구성했다. 이러한 요소들도 서원조 건물과 같이 지극히 절제된 모습의 깔끔한 디자인 요소로 통합되어 전체적으로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 외관을 연출하고 있다  / 김봉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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