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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사재 들여 제자들에게 한약국 열어준 김형민 원광대 교수
화제의 인물 : 사재 들여 제자들에게 한약국 열어준 김형민 원광대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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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09:50:07

30년간 떡볶이와 라면을 팔아 번 전 재산을 대학에 기증해 자신의 ‘못배운 한’을 좋은 일로 푸는 할머니들의 미담은 지금도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해,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 마음을 따뜻이 덥혀준다. 이런 미담의 주인공은 대개 넉넉치 않은 살림살이에, 배움도 짧은 이들인 경우가 많다. 동병상련이라, 고생해본 사람이 어려움을 나눌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재산을 사회로 돌리지 않고 많이 배운 사람이 자신 외에 눈돌릴 줄 모르는 것은 역지사지할 줄 모르기 때문일까.

김형민 원광대 교수(한약학과)의 소식이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준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1억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털어 제자들에게 약국을 차려준 일은, 제자를 아무리 사랑하는 교수라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한약학과’가 원광대에 개설된 것은 지난 1996년. 현재까지 2회 졸업생을 냈고, 아직 연구자료와 실험장비가 부족하고 학생들의 진로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다. 김 교수가 원광대병원 앞에 ‘대학한약국’이라는 한약 전문 약국을 차려 약국의 운영권을 미련없이 넘겨준 세 제자 역시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며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한약학과의 경우 다른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이들이 많아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국내 유일의 한약 전문 학과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신설 학과라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약국은 한약학과가 직접 운영하고, 수익은 학생들의 장학금과 필요한 장비들을 마련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약국 운영권을 미련없이 넘긴 것은 ‘대학 교수는 사업체를 운영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대학 한약국이 망하면 한약학과도 망한다’는 비장한 생각 또한 사재를 터는 일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 되었다.

‘한약 면역 기능’의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는 김 교수는 한약의 상품화와 학문적 근거 마련 또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세계 식품의약시장이 1백조원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 거의 끼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의 품질이나 효능을 볼 때 우리의 한약은 세계 어디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상품화가 관건이지요. 우수한 한약을 개발해 세계인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한약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김교수의 과제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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