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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 총장선거, ‘뚜껑’ 열어봐야···
高大 총장선거, ‘뚜껑’ 열어봐야···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11.05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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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고대 총장선거 엿보기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20일 만료됨에 따라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고려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고려대 ‘총장선임 규칙’ 제 24조는 총장 임기만료 30일 전까지 차기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짓고 있어 선출 기간이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윤대 체제 지속될까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는 어윤대 총장이 연임 의사를 밝혀, 그의 연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만일 어 총장의 연임이 확정된다면, 고려대는 선거제 도입 이후 최초의 연임 총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어 총장은 발전 기금 모금 능력 1위, ‘타임’誌 평가 순위 34계단 상승 등으로 고려대의 위상을 한 단계 제고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학내 게시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왜 검증받은 인재를 버리나, 어윤대 연임 찬성한다”, “세계 대학 1백50위로 약진하는 모교의 발전 뒤에 어윤대 총장이 있었다”라며 ‘연임론’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이와 더불어 ‘동문회 및 재단에서 밀고 있다’는 하마평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상황.

하지만 어윤대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유미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총장을 반대하는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문과대는 연임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외형에만 치중한 경영 일변도 학사 운영과 지나치게 강한 자기 PR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또한 “재임시절 이미 자기 인맥을 다 썼을 텐데, 연임한다면 또 어디서 돈을 끌어모을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총장 선거 누가 나왔나

 
 
이처럼 어 총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에서, 지난 2002년 교수협의회의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필상 교수(경영학)와, TV 시사 토론을 진행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염재호 교수(행정학)가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것은 또 다른 주목거리다.

이필상 교수는 경영대학장 시절 5백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한 바 있으며 “고대 경영대의 개혁을 이끌어 경영대가 서울대를 넘어서게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59세의 나이로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총장 선거다. 이 교수에 대한 안팎의 지지가 적지 않지만, 한 교수는 “어윤대 총장까지 벌써 경영대 출신 교수가 3번이나 총장을 했다”며 “이젠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생각을 가진 총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보내왔다.

염재호 교수는 ‘국제하계학교(international summer school)’를 성공시키는 등 새로운 비전 제시와 강한 실천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교수들 사이에서 “기존 총장 후보들에 비해 젊어서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젊은 나이라 총장직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이번 선거를 계기로 차기 총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이공계 출신 총장이 한 번도 없던 고려대에서 최초의 이공계 출신 총장이 되겠다고 나선 김호영 교수(기계공학)도 눈에 띈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는 김 교수는 “우리 학교는 1백주년을 지내면서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으며 교육 및 학생 편의 시설 등 인프라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도 “교육, 연구, 재정 확보, 행정 운영 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가 미흡하며,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구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러 학내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며 출마를 결심한 김건 교수(화학) 역시 “학내의 갈등을 민주적 리더십을 통해 조정·해소하는 것”을 당면과제로 내세웠다. 또 그는 “교수들의 연구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재정확보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밖에 이기수(법학), 이만우(경제학), 김현구(역사교육), 김일수(법학) 교수가 출마했다.

 
 
이기수 교수는 “기초학문과 실용학문, 인문사회계와 이공·자연계, 안암과 서창 사이의 균형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투명한 의사결정과정, 의미있는 역할 분담과 권한 부여를 통한 실질적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부총장제를 신설해 모금활동을 강화, 2~3천억원을 유치하겠다”는 이만우 교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캠퍼스 이전 또는 설립을 통해 서창 캠퍼스의 중부권 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김일수 교수

김현구 교수

한편, 김현구, 김일수 교수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며 주변 교수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제도로 인해 당선자 예측 불가

지난 3일 고려대 인트라넷에는 각 후보자들의 ‘대학발전계획’과 교수의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가 공개됐다.

각 후보자들은 6일 공청회를 거쳐 13일 ‘네거티브 예비심사(negative voting)’를 통해 자격 적부심사를 받게 된다. 이 때 교수의회는 후보자 9명에 대해 5명까지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과반수 이상의 반대표를 획득한 후보자는 자동 탈락된다.

여기서 살아남은 후보자들은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투표를 통해 2~3명으로 압축되며, 이렇게 압축된 인사는 다시 재단에서 1명으로 걸러진다.

교수 15명, 직원 3명, 교우 5명, 학생 3명, 재단 인사 4명 등 서로 다른 다섯 집단이 총추위를 구성하는데다가, 1인이 2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총장 당선자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총추위 절반이 교수라 하더라도 의견의 일치를 본다는 보장이 없기에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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