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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 빛내는 '미래의 별'들을 찾아서
연구실을 빛내는 '미래의 별'들을 찾아서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11.0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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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과 '흐름파악' 중요..."잡무 없애주세요"

모두가 “중요하다”, “꼭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쉽사리 가기 힘든 길이 있다. 기초 학문 분야에서 석사·박사과정에 진학해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2시, 1시까지 연구실에서 세포를 키우고, 실험을 하는 이들은 토요일에도 당연히 ‘실험실’로 간다. ‘밤이고 낮이고 연구에 몰두한다’는 식상한 표현이 ‘사실’인 대학원 석·박사과정생들의 연구 성과, 연구 생활 등을 들어봤다. 물리 및 생물학 분야 중진 교수들에게 최근 해외저널에 우수한 논문을 발표한 석박사과정생을 추천받았다.

 

정광식 씨
■ 물리 분야 =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5년차인 정광식 씨(28세)는 이론 물리 영역인 ‘입자 물리’를 전공하고 있다. 정 씨는 초끈 이론이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이론인지, 정말 자연현상과 관련 있는 이론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관측 가능한 초대칭입자의 성질 규명과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2005년부터 '저널 오브 하이 에너지 피직스(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 JHEP)', '피직스 레터 비(Physics Letters B)' 등 물리 분야의 임팩트 팩터가 높은 해외 저널에 3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5년차인 정광식 씨(28세)는 이론 물리 영역인 ‘입자 물리’를 전공하고 있다. 정 씨는 초끈 이론이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이론인지, 정말 자연현상과 관련 있는 이론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관측 가능한 초대칭입자의 성질 규명과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2005년부터 '저널 오브 하이 에너지 피직스(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 JHEP)', '피직스 레터 비(Physics Letters B)' 등 물리 분야의 임팩트 팩터가 높은 해외 저널에 3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응용 물리에 비해 이론 물리는 순수 학문이다 보니 기업체의 지원도, 학교 차원의 관심도 적다. 정 씨는 “이론 물리의 경우 연구 주제를 잡아 실제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 역시 어려워 점점 연구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라며 어려움을 말했다. 학생들이 연구 주제에 대한 걱정 뿐만 아니라 박사 수료 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것. 그러나 정 씨는 “초끈 이론의 4차원 유효 이론으로 나오는 초대칭 중력 이론의 현상론을 깊게 연구하고, 고차원 공간의 물리적 효과들도 공부해보고 싶다”며 “자연 현상을 수학적 체계로 이해하는 것의 도전성에 매료된” 차세대 순수 이론 물리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동직 씨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 PRL)’에 논문이 나왔을 때가 대학원에서 연구했던 지난 7년 중 가장 기뻤다”는 서울대 박사과정 5년차 김동직 씨(29세)는 메모리의 중요한 소재인 강유전체 박막의 물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김동직 씨는 강유전체를 메모리로 구현할 때의 신뢰도 연구 중 분극을 오래 유지시키는 리텐션 현상에 대해 하이닉스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지난 해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s, APL)’에 게재했다. 이어 강유전체 박막을 메모리 소자로 이용할 때, 소자의 집적도가 올라갈수록 박막의 두께가 얇아져 정보유지능력이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밝힌 결과를 지난 12월 PRL에 게재했다. 이에 따라 보완책 마련의 길을 연 것.

이정혁 씨
같은 연구실의 이정혁 서울대 박사과정 5년차(30세)의 경우 5, 60년대에 연구된 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2000년 들어 다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다강체를 기존의 큐빅 형태로 만들지 않고 육방정계로 만들어 실용도를 높인 연구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이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출판 허가를 받아 곧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 씨의 경우 박사과정 초창기에 초전도물질에 관한 연구를 했다. 방문연구자로 스탠포드대 연구실에서 1년 반 동안 1차원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씨는 “아무 성과 없이 연구가 종료됐던 이 때가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연구 주제의 트렌드가 바뀌어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 다강체와 관련한 연구가 많이 실리고 이에 대한 연구가 많아져 지도교수인 노태원 교수의 조언 하에 이 주제에 관해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초기 2, 3개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 기간에는 지속적으로 논문을 읽고, 선배·동료 및 교수님과 토론하며 기존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 속에서 틈을 노려, 새로운 연구 분야, 입증해야 할 것을 찾아내야 한다. 큰 연구흐름을 잘 파악해 좋은 주제를 선정할 경우 “뚝심 있게” 연구를 진행하면 반은 한 셈이다. 이 씨는 박사과정이 끝난 후 “기업체에서의 현장 경험을 통해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시적 연구 성과를 내 보고 싶다”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구하는 삶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대체로 박사과정에 들어서서 가시적인 성과의 논문을 내는 반면, 석사 때부터 해외 저널에 우수 논문을 발표한 학생들이 있었다. 이철의 고려대 교수의 스핀동력학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박지태 석사과정 2년차와 이정일 교수의 양자색소역학 연구실의 강대경 석사 2년차가 그런 경우다.

강대경 씨
강대경 씨는 입자물리이론을 전공하는 석사과정생으로 무거운 쿼크의 속박상태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최근 charm 쿼크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현존하는 이론적 계산으로서는 가장 정확한 값으로 계산해내 ‘피지컬 리뷰 디(Physical Review D)’지에 게재했다. 이정일 교수는 “강 군의 charm 쿼크 운동 속도를 이용해 모든 차수에 대한 상대론적 보정량이 최초로 계산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강씨의 경우 학부 4학년 때 수행한 연구가  동 저널(Physical Review D)에 연구 논문으로 출간되기도 하는 등 일찍부터 재능을 보였으며 현재는 미 오하이오 주립대 물리학과에서 방문 연구 중이다.

박지태 씨
박지태 석사 2년차(26세)생은 “실제 고체 내에서의 전자와 같은 물질들의 거동을 연구하는 것이 재밌고 즐거워” 고체물리 분야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석사과정에 진학하자마자 바나듐 산화물 나노와이어에서 광 조사시 발생한 광전류에서, 광을 차단한 후에도 반영구적인 광전류를 형성하는 현상의 물리적 근원을 규명해 APL에 논문을 게재했다. 박 씨는 “이를 보다 완벽하게 이해할 경우 광량만을 조절해 한 반도체 내에서의 전하 개수를 원하는 대로 조절해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생물 분야 = 생물 분야에서도 석·박사과정생 때부터 ‘맹활약’을 벌이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다.
이원재 교수 연구실의 하은미 박사과정 3년차(28세)는 腸 내 면역 반응을 최초로 밝혀내 지난 해 10월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하은미 씨
하 씨는 ‘언제나 균으로 가득 차 있는 장에서의 면역 반응이 중요하지 않을까, 장에서 면역 반응은 어떻게 일어날까’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에 착수했다. 유전자 조작이 쉬운 초파리를 사용해 듀옥스라는 세균증식 억제 효소가 활성산소를 통해 장 내의 적정 세균수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그 이전에는 ‘디벨럽멘털 셀(Developmental Cell)’지에 면역반응에 활성산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를 했으며, 지금은 듀옥스가 어떻게 활성산소를 만들게하는 지를 연구 중이다.

‘사이언스’ 지에 논문도 발표하고, 이에 따라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하 씨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미래”가 가장 큰 걱정이다. 하은미 씨의 경우 대진대에서 이화여대로 진학한 경우다. “학부가 연구의 측면에서 그렇게 인정받는 대학이 아닌 점이 조금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질 좋은 논문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 씨는 중간에 방문연구, 교환학생 등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중간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도 좋겠지만, 그럴 때 학위 논문이 조금 지연되기도 한다”라며 “시작을 외국에서 하지 않았다면, 빨리 국내에서 관련 연구를 충실히 하고 학위 논문을 쓸 만큼의 연구력을 쌓은 후, 졸업 후 박사후과정을 외국에서 밟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수호 씨
장성호 광주과기원 교수 연구실의 이수호 박사과정 1년차(27세)는 스핀 90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것이 뇌 발달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엠보 저널’(EMBO J.)에 논문을 게재했다. 석사과정 동안 논문을 마무리하고 올 2월에 제출한 이 씨는 애초에는 박사 진학보다 경제적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취업을 고려했다. 그러나 엠보 저널에서 수정을 요구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마무리 연구를 진행하면서 “성취욕도 생기고 계속 연구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결국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 박사과정생은 “실험할 때는 세포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1년에 꼭 1~2달 정도는 뚜렷한 이유 없이 세포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마침 수정 기간이 세포 상태가 좋지 않을 때와 겹쳐, 일본에서 사온 쥐를 써보기도 하고, 셀 키우는 재료들도 다 바꿔보는 등 이런 저런 시도를 한 끝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건강한 셀을 만들어냈다”라며 “고생도 했지만 그 기간 중에 결국 결과를 얻어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 박사과정생을 결국 박사로 진학하게 한 것은 이런 연구에의 열정과 ‘생명에의 신비’에 대한 기쁨인 듯하다.

이창섭 씨
지난 8월에 박사 학위를 받고 내년에 외국으로 박사후 과정을 떠날 이창섭 포항공대 박사(32세)도 지난 5월 포스포리파제 디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해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논문을 게재했다. 포스포리파제 디가 암세포 성장에서 중요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와 혈당조절의 중심역할을 하는 인슐린 수용체의 자극시간을 조절하는 타이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힌 논문으로, 향후 암과 같은 비정상적 증식이나 2형 당뇨에서와 같이 인슐린이 있어도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질병 상태에서 타이머의 이상 여부를 추적해 신개념 치료제 개발을 가능케 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 박사는 “이번 논문의 경우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시험관 내에서 실험결과를 세포 내에서 연관시키는 적용 과정이 너무 힘들어 “스스로 좌절도 많이 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여러 번이었다”라며 “보고된 다른 논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실험실 선후배들과 토론하고 또 지도교수이신 류성호 교수께서 질책을 해주고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셔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해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보여줬다.

이들 연구자들은 대체로 오전 9시 출근, 밤 11시~12시 퇴근이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밤을 새기도 하며 “주말에 뭐하냐”는 질문에 “주말에는 조금 일찍 퇴근하죠”라고 웃음지었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돈 걱정 없이 연구하는 것’이다. 한 박사과정생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가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나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때도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외국도 연구원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불안정하고 생활비를 자급하기에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라며 “늘 나오는 얘기긴 하지만. 이런 인터뷰를 할 때마다 주변에서 ‘연구원 처우’에 대해 꼭 말하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외국 대학에서 1~2년 연구 경험을 해 본 이들은 “한국 대학원생들은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다”라며 “이러저러한 잡무가 많은데, 외국에 가보니 약간의 잡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천국이다”라고 말했다. 석·박사과정생들에게 떨어지는 종류 불문의 잡무를 줄여주고 이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 조성도 절실하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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