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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代價'를 주목하라
자유주의의 '代價'를 주목하라
  • 김명환 신라대
  • 승인 2006.11.05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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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유주의와 집단주의
신라대 사학과 김명환 교수

자유주의와 집단주의? 별로 연관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그럴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의 발전 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확대시켜 나온 역사이며,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가 정립되었다. 특히 근대사는 자유를 향한 인간들의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자유의 확대과정은 두 가지 과정을 연루했다. 하나의 과정은 자의적인 권력의 억압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한 결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금기와 제약을 깨뜨리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권이 신장되어 나갔으며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자유경쟁의 논리로 움직이는 시장경제 원리가 확립된 것은 이 과정의 연장선 상에서였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또 하나의 과정이 뒤따랐다. 그것은 이렇게 획득된 자유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대중이 권력에 참여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선거권의 확대를 낳았으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실현되어 나갔다. 영국의 경우를 놓고 보면 민주주의는 17세기의 명예혁명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계속된 길고 지루한 보통선거권의 확대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선거권의 확대를 통해 대중이 권력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지를 정책에 반영하는 경향을 낳게 되었다. 그 결과 개인의 영역, 특히 재산에 대한 간섭을 하는 집단주의는 새로운 원리에 자극을 받아서라기보다, 민주주의의 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작은 국가는 점점 거대 국가로 변해갔고 국가의 사회 정책이 중요해졌다.

결국 자유주의는 자유경쟁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개인주의의 힘과 민주주의 우너리를 바탕으로 한 집단주의의 힘을 함께 풀어놓았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현재의 집단주의적 경향을 비판하고 싶은 사람은 민주주의 원리를 먼저 공격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이미 역사 속에 하나의 보편적 가치로 굳어져 이 원리를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차라리 민주주의가 집단주의로 나가는 조건들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둘의 상관관계를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파악해 낼 수 있다.

첫째 민주주의가 반드시 집단주의로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집단주의로 흐르게 하는 조건은 자유주의가 풀어놓은 첬번째 힘 즉 자유경쟁의 시장원리가 만들어낸 질서와 관련이 깊다.

둘째 자유경쟁의 시장 원리가 다수에게 부릴한 질서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는 곧 집단주의적 경향을 띠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셋째 일단 민주주의가 집단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게 되면 민주주의의 정도와 집단주의의 강도는 비례한다는 점이다. 집단주의적 경향은 대체로 국가의 간섭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결국 국가권력을 강화시키고 공공부문의 비중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넷째 재산소유계층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의 집단주의적 경향은 줄어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집단주의를 피하고 싶다면 국민들이 재산에 대한 간섭을 싫어하는 재산소유자 민주주의를 만들거나, 현재의 불만을 감내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집단주의가 바람직한가는 따로 논의해야 할 문제지만 집단주의적 경향을 굳이 자유주의와 대립되는 현상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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