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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중국산책 (18)도약의 도시 상해
이중의 중국산책 (18)도약의 도시 상해
  • 이중 전 숭실대
  • 승인 2006.11.05 1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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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이 생각나게 하는 도시

上海는 ‘바다로 나가자’는 뜻이다. ‘上發’은 출근을 뜻하고, ‘下發’은 퇴근을 말한다. 따라서 上海는 대륙의 넓은 땅에서 바다를 향한다는 말이 된다. 중국대륙 18,000 킬로미터의 해안선 한 가운데에 상해가 있다. 대륙에서 해외로 나가는 모든 자원과 물류가 상해를 거치고, 또 상해를 통해 외국의 자원과 문화가 대륙으로 전달된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5년 중국 도시 평가에서 북경을 제치고 상해를 종합순위 1위로 평가했다. 세계은행도 중국의 투자전망 등급을 평가하면서, 북경은 A-, 상해는 A+로 평가했다. 이런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상해는 오늘도 중국 내에서 동서 문화의 교류와 융합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요즘 ‘상해방의 몰락’이니 하면서 상해 인맥이 권력투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개혁개방 초기 단계의 성공사례는, 국제 감각과 경제인식에서 우월한 처지에 있던 상해파 실력자들의 노고에 의지하는 바가 컸었다. 경제행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다 보면, 자칫 부패지수가 높아지기 쉽다. 정치제도와 사회적 관습은 사회주의적이면서, 경제만은 자본주의 경제의 골격인 시장경제를 급속하게 도입하다보면, 그 틈새와 모순 속으로 부패와 오염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권력 교체기에 이 틈새의 부패는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江澤民 주석과 朱鎔基 총리는 이미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지만,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든 일부 상해파 관료와 당료들은 그동안 전전긍긍했던 것도 사실이다. 조만간에 어떤 형태로든 다치지 않겠나 하는 의구심과 전망이 벌써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상해는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고 남경조약을 통해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는 굴욕 속에서 개항을 하게 된다. 열강의 강압에 의한 개항은 상해를 외국 租借地의 명문으로 만들어버렸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상해 안에 조차지를 만들고 경찰권과 행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했다. 그러면서도 선진문명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국제도시로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굴지의 은행, 보험회사들이 상해로 진출했다. 1949년, 국민당 시절만 해도 상해는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맡았고, 중국자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해는 등소평 개혁개방 정책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등소평이 개혁개방의 전략적 시범지역으로 국가사업화 했기 때문이다. 1992년 浦東지역 개발을 본격화하면서부터 10년 이상 두 자릿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상해 1인당 GDP는 6,656달러, 중국 전체 1인당 1,200 달러의 5.5배에 이른다. 비교적 선진지역에 속하는 북경, 천진, 광동보다 1.5배, 1.8배, 2.7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동서남북으로 특색있는 전략도 돋보인다. 동쪽에 IT, 서쪽에 자동차, 남쪽에 화학, 북쪽에 철강 등 최강의 제조업 단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상해 경제의 네 기둥이라고 한다.

제조업 분야만이 아니고 상해는 중국 최대 금융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화려했던 옛 상해의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되찾자는 것이다. 홍콩과 경쟁하며 아시아 지역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해시가 2002년 8월에 밝힌, 이른 바 ‘三步走’, 3단계 발전 전략이 그것이다. 2005년까지의 1단계에서 기초를 다지고, 2단계 2008년까지는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골격을 갖추고, 마지막 3단계로 2020년에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청사진이 성공할 것인가, 상해가 홍콩이나, 東京, 싱가포르를 제치고 동북아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를 굳힐 수 있겠는가, 여기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2005년 1년간을 꼬박 중국 전역을 다니며 취재를 했던 기 소르망, 그는 중국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다. 중국 정치의 경직성과 일당체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다.

“상하이의 운명은 바뀔 것인가? 미래는 열려있다. 유럽에서 프랑크푸르트와 런던이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에는 홍콩과 상하이, 두 개의 금융도시가 있다. 그러나 이 두 도시로 만족하기에 중국은 참으로 거대하다......상하이는 관습과 법과 쾌적함이 부족하다” (‘중국이라는 거짓말’, 홍상희 외 옮김, 문학세계사, 2006)
이 표현 속에 감추어진 함의가 묘미를 풍긴다. “닭의 해에 방문한 모든 도시 둘 중 내가 단 한 명의 반체제자도 접촉할 수 없었던 유일한 곳은 바로 상하이이다”라는 그의 부연 설명이 그의 시각을 잘 대변해준다. 중국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상해의 금융도시로서의 도약도 쉽게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 소르망의 설명이다.

상해사범대학
이러한 어두운 전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외형상으로 보이는 상해의 발전상은 눈부시다. 글로벌化의 중심지다운 면모를 나날이 갖추어 나가는 형국이다. 눈앞에 다가온 2008년의 북경 올림픽과 더불어 2010년의 상해 EXPO는 상해의 희망이다. 지난 9월 18일, 나는 上海사범대학 天華學院 신입생 입학식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의 대학 신입생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88올림픽을 겪으면서 이제 성년이 되었지만, 중국의 대학생들은 재학 중에 북경 올림픽의 감격을 맛보게 된다. 기회이며 축복이다. 20년 전의 88서울 올림픽이 한국 경제의 선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북경 올림픽은 분명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한다. 나라는 뻗어나가는데, 여러분 자신이 뒤쳐진다면 그 이상의 불행이 어디 있겠는가. 이 축복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특히 여러분이 졸업하는 해의 상해 EXPO는 여러분의 취업과도 관계가 있다. 분발을 기대한다. 대체로 이런 취지의 말이었는데, 같이 있던 교수들의 반응이 좋았다.

상해가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필사적이다. 경제 분야만이 아니다.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영어 교육이 자리를 잡고 있다.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영어 교육 열풍이 상해를 뒤덮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소학교 교과서에는 李白의 시가 나온다. 소학교를 마치면 唐詩 수 십편은 줄줄이 외우게 하는 것이 중국의 ‘국어교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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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질 2007-01-20 12:43:02
唐詩 수 십편은 줄줄이 외우게 하는 것이 중국의 ‘국어교육’...... 이정도는 알고 있겠지? 거의 모든 옛말교육의 본질이 이것이라는 것 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