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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자유와 소유, 그리고 민주화
[學而思] 자유와 소유, 그리고 민주화
  • 강경선 방송대
  • 승인 2000.1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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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5 11:59:47
강경선 <방송대·법학>

헌법공부를 하다보니 헌법의 핵심 두 기둥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길이 곧 인권이요, 인권을 강화하는 길이 국민주권 즉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인격을 전면적으로 발현시키는 정치원리라고 한다면, 인격의 총체적 발현 이것이야말로 인권보장의 극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내용적으로 표현한다면, ‘자유화’와 ‘사회화’가 모두 갖추어질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유화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개인의 고독이나 사유, 성찰,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며 이것은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 같다. 자유로운 사람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자신의 귀중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아무리 나의 자유를 만끽한다고 해도, 타인 즉 나의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갖는 양만큼의 자유를 향유하지 못하는 한 나의 자유 또한 향유하기 부끄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마음에는 쓰여있는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흡족히 자유롭고자 하는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확대시키는 ‘사회화’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화를 통해서 사회는 연대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사회화는 자신의 자유를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행위이다. 0
군사독재시대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는 자유화가 많이 진전되었다. 물론 아직도 더 많은 자유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자유화보다도 사회화에 대한 노력이 좀더 절실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빈곤했고, 정치적으로 고난을 겪었던 우리인지라 자유화에 대한 욕구불만의 증세를 보여왔다. 그 결과 자유에 대한 과잉축적은 자유의 독과점사회를 가져왔다.
자유화나 사회화나 기득권의 변동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 실천은 매우 힘들다. 자유화가 기존정치권력의 나눔이라고 한다면, 사회화는 주로 자본과 소유 같은 물질의 나눔이다. 말이 나눔(sharing)이지 역사적 현실에서는 대개 기득권자의 자발적 나눔이 아니고 투쟁에 의한 강제적인 배분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과 피흘림의 아픔이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더 걸어가야 할 자유화의 과정이나 사회화의 과정이 이렇게 과거의 상호투쟁의 길을 반복하면서 가야만 한다면 참으로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 할 것이다.
누 구든지 권력이나 자본(돈)이나 명예나 그 소유를 포기하는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소유의 포기는 곧 예속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유관계를 계속 유지 확장하다보면 자신의 자유는 커지고, 커진 자유는 권력으로 변하고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한 침해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눔이 없는 개인의 소유는 절대적인 정당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남의 소유(권력, 재산, 명예, 지식, 재능, 아름다움 등 모든 소유)를 공격하는 것은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 아무리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들은 한계상황에 이르면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그때 가서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지혜와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미리미리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 가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본다. 결국 우리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모든 소유를 비교적 고르게 나누어 갖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나눔을 통해서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풍요롭게 된다면 보다 큰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란 많은 장벽과 경계를 넘어서는 말이다. 부부, 친구, 동료, 지방, 문화, 언어, 성별, 국가 등을 넘어서 있는 말이다. 가족의 민주화, 직장의 민주화, 국가의 민주화, 세계의 민주화를 향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실천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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