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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비밀 알아내는 퍼즐 맞추기
지구의 비밀 알아내는 퍼즐 맞추기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11.02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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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이야기로 떠나는 지구기행』(문희수 지음, 연세대출판부)

“세탁기만한 크기의 충돌체는 모선을 떠나 초당 10㎞의 속도로 여의도의 4.5배 크기의 템펠 1에 충돌하면서 깊이 9m 지름 100m 크기의 구멍을 만들었다.”

여기서 충돌체는 미항공우주국이 쏘아올린 위성체이며, 템펠 1은 소행성의 이름이다. 만약 운석과 지구가 충돌할 경우, 행성에 얼마만큼의 큰 충격을 주게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얘기하한 것이다. 저자는 공룡이 과연 운석 충돌에 의해 전멸됐는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희수 연세대 교수(지질학)의 ‘이야기로 떠나는 지구기행’은 전문가들만이 해독할 수 있는 학술저서라기 보다는 지질학적 현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지질학적 지식들과 논쟁들, 학자들의 고민들이 쉬운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자 한다. 시원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좀처럼 풀리지 않는 암호들을 풀기 위해 지구의 여러 얼굴들을 더듬는 지질학자들의 노고가 전해진다.

미노스 문명을 파멸시킨 것이 화산 폭발인 것인지, 구소련의 관개 영농에 사용되는 농업용수가 아랄해에 얼마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지, 아스완댐과 같은 큰 댐 건설로 주변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지구의 나이는 어떠한 방식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점들이 하나하나 풀린다.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현재 어떠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도 어느 것 하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없으며,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이것이 저것에 영향을 미치고, 저것이 이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아무리 인간들이 지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일어나는 지질작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때문인지 지질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지구기행’ 서적인데도 불구하고 세계 문명사로도 읽힌다.

현기증을 일으킬만한 지구의 오래된 시간에 문득 경외감이 일 무렵 “(그랜드 캐년) 2억5천만 년 된 암석을 밟고 20억년의 시간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문장을 만난다. 이야기 중간에 끼어드는 문학 이야기, 역사이야기 또한 흥미를 더한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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