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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로 본 2001년 고등교육
지표로 본 2001년 고등교육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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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0:00:55
말뚝만 세워 놓아도 밀려드는 학생들을 주체할 수 없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대학이라면 2001년 고등교육의 상황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온 힘을 기울여도 정원을 채우기 힘들어 교수들까지 홍보위원으로 내세워 고등학교를 돌며 홍보전쟁을 치뤄야 하는 현실은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다.

어디 대학 뿐이랴. 매년 어설픈 대학설립인가 신청서에 확인 도장을 남발했던 정책당국도 어느 대학의 문을 닫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오리라곤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고등교육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80년 대비 대학원 수 7배 증가

이는 양적지표를 통해 쉽게 확인된다. 2001년 통계에 따르면 4월 현재 고등교육기관은 4년제 대학 1백93개교(일반대 1백62개교, 교육대 11개교, 산업대 19개교), 전문대학 1백58개교 등 1천2백61기관에 이른다. 대학 입학정원은 35만5천2백23명에 달하고 있고, 대학에 적을 둔 재적학생수는 1백93만1천1백24명이다.

전문대와 대학원 학생수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학생수는 3백5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전, 1980년 고등교육의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1980년 당시 대학은 96개교, 전문대 1백28개교, 모든 기관을 합하면 지금의 4분의 1수준인 3백57개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은 1990년에서 1995년 사이 35개교, 1996년 4개교, 1997년 17개교가 설립됐다. 입학정원은 매년 5~10%씩 높아지다가 1998년 IMF 이후 1%대로 둔화됐다.

학부의 규모가 한계에 이르자 양적팽창은 대학원에서 재연되고 있다. 일반·전문·특수대학원을 통틀면 올해 대학원 규모는 1980년에 비해 7배이상 커졌다. 1980년 1백21곳에 불과하던 대학원은 올해 9백5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1999년에만 1백53개 대학원이 설립됐고, 지난해에도 67곳이 생겨나면서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입학정원만도 석사과정 9만9천6백35명이고, 박사과정 1만4천1백79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의 박사학위 취득자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6천6백46명이 배출됐다.

규모가 곧 교육과 연구의 질로 나타난다면 고등교육은 기적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예측하다시피 교육·연구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지표는 퇴보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장서수 34권 불과

교육여건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는 법정 정원대비 교원확보율. 이는 1980년 이후 조금씩 높아지다가 1996년을 기점으로 후퇴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980년 이전으로 되돌아 갔다. 1980년 60.4%, 1985년 67.2%, 1990년 70.7%, 1995년 77.0%로 조금씩 개선됐지만, 1996년 60.4%, 1998년 60.1%, 1999년 59.1%, 2000년 58.5%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1999년 현재 교원확보율이 100%를 넘는 대학은 5.3%에 불과한 반면, 50% 이하인 대학은 44.3%를 기록하고 있다. 연구여건의 기본척도인 도서관지표도 개선되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학생 1인당 장서수는 올해 기준으로 대학이 34권, 전문대가 8권 정도 수준. 학생 1인당 도서수가 50권 미만이 대학이 70%이상을 차지한다.

교육예산 중에서 대학에 지원되는 학술연구지원비는 1997년 이후 축소되고 있다. 1997년 1천40억원에 달하던 학술연구지원비는 1998년에는 20%가까이 축소된 8백68억원, 1999년에는 다시 40%이상 축소된 5백억원, 2000년 5백98억원을 기록했다. 1999년부터 두뇌한국(BK)21사업이 시작되면서 2천억원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이는 특정 목적을 위한 것으로 수혜폭은 오히려 낮췄다.

98년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는 7천억원,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1년 연구비(7천1백65억원)보다 적은 초라한 규모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정부예산 대비 교육부 예산은 1996년 24.0%를 기록한 이후 1999년 19.8%, 2000년 20.4%, 2001년 19.5%로 낮아지고 있다.

올해 교육부 예산은 20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 이중 고등교육과 관련된 예산은 1조3천6백80억원 정도로 6.8%를 차지하고 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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