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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_『비트겐슈타인 선집(전7권)』 이영철 옮김 | 책세상 | 2006
화제의 신간_『비트겐슈타인 선집(전7권)』 이영철 옮김 | 책세상 | 2006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10.3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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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지적 모험을 만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비트겐슈타인 선집’이 완간됐다.

그간 비트겐슈타인은 간헐적인 번역을 통해 소개돼 왔으나, 국내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번역 소개한 이영철 부산대 교수(철학)가 서광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몇권을 추가 번역하는 노력을 기울여 그 핵심적 저작들이 비교적 빠진 것 없이 연대기적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선집’은 비트겐슈타인의 주저(‘논리-철학 논고’, ‘철학적 탐구’)는 물론 유고(‘소품집’, ‘쪽지’, ‘확실성에 관하여’)나 강의록을 묶은 책(‘청색책·갈색책’), 일기형식의 글(‘문화와 가치’)을 포함하고 있어,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기본이 되는 글들로 구성돼 있다.

수리철학과 일부 심리철학 분야는 이번 선집에서 제외돼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한 국내 연구가 미비한 상황에서 성급한 번역이 불러올 수 있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 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을 초기 ‘그림이론’과 후기 ‘언어게임’으로 요약해왔다. 초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와 세계의 구조적 동일성에 근거, 언어를 구성하는 명제가 세계 구성 요소인 대상과 사태에 대응된다는 ‘그림이론’을 주장해 비엔나 학파의 논리실증주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30여년 후의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사용의 측면에서 언어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입장을 취하게 되며, 비로소 그 유명한 ‘언어게임’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오스틴(J. Austin), 그라이스(P. Grice) 등 일상언어학파를 비롯한 화용론(pragmatics)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데리다를 위시한 해체주의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처럼 언어의 본질, 세계와의 관계 등에 주목함으로써, 고전적인 언어철학의 경계를 넘어 ‘포스트’ 류의 학제적 담론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선집 가운데 ‘소품집’과 ‘쪽지’는 국내 초역이다.’소품집’은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자유로운 생각을 담고 있다. 총 7편의 글 가운데 그의 유일한 대중강연인 ‘윤리학에 관한 강의’가 특히 흥미롭다.

여기서 그는 윤리적-미학적인 것, 종교적인 것 등에 대해 그것이 왜 유의미하게 말해질 수 없는지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유의미한 언어를 넘어서려는 인간정신의 경향이 소중하다는 점을 함께 얘기한다.

‘쪽지’는 그야말로 쪽지에 적혀 상자속에 수북히 쌓여있던 타자원고들을 정리한 것으로 여기서 비트겐슈타인은 ‘생각, 의도, 믿음, 기대, 상상, 이해, 앎, 의심과 같은 지향적 태도들, 즐거움과 같은 감정들, 시각과 고통 같은 감각들, 꿈, 의식, 영혼 같은 많은 심리학적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심리적 용어들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규칙들을 일목요연하게 기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 선집 출간에 대해 이승종 연세대 교수는 “그간 원전 번역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전공자나 학생들이 불편함이 많았”는데 “이영철 교수가 비트겐슈타인의 중요한 작품들을 아주 정확하게 번역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집은 큰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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