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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설립자 자격제한 한 목소리
사학 설립자 자격제한 한 목소리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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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8 15:40:26
다시 9월이다. 9월이면 대학가에 찾아오는 연중행사가 있다. 오랜만에 사제가 만나는 개강도 아니요, 대학의 신입생 선발도 아니다. 그것은 오는 31일자로 억울하게 강단을 떠나야하는 교수들의 재임용 탈락과 능력과는 무관하게 학연·지연의 외압에 의해 강단진입이 좌절된 신진학자들의 하소연이다. 또 하나의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국정감사다. 사학분규 사태는 수년전부터 국회 교육위원회의 단골 감사메뉴가 됐다. 오는 9월10부터 시작하는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몇몇 대학의 비리와 부패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 우울한 행사들은 대학과 교수사회 내부에 잔존하고 있는 부정과 부패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지성의 비극이라 할 만 하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를 교수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이 완성한 ‘교육분야 부패방지 대책’ 보고서는 교수임용 비리, 입시관련 비리 등 대학 부패 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 눈금’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지난해 8월 전국 교수, 학생, 행정직원 등 총1천8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설문응답자는 6백23명.

 
●가장 심각한 부패유형 = 교수들이 대학의 가장 심각한 부조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신임교수 임용비리와 사학법인의 부정과 전횡이다. 대학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패유형을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 교수들은 ‘교수임용 관련 비리’(70.2%), ‘예산의 변칙·불법적 운용’(70.2%)을 꼽았다. 교육행정기관 부패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교수들은 ‘사립학교 설립인허가 감독비리’(58.9%), ‘예산의 배정과 집행’(41.1%)을 들어, 교육부와 각종 연구지원기관의 업무추진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연구비 타내기, 능력보다 로비력
이는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 하거나, 교수들이 연구비를 받는 과정에서 관할기관의 부정과 비리가 행해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실제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연구 수행능력보다 지원기관에 대한 비합리적인 로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49.5%가 ‘다소 그렇다’, 15.2%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로비력도 각종 혜택을 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비의 중요성은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 국립대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교수들은 ‘다소 그렇다’(42.5%), ‘매우 그렇다’(27.4%)고 응답해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교수임용 공정성 = 교수들은 대학의 신임교수 임용과정이 ‘불공정하다’(23.6%)기 보다는 ‘대체로 공정하다’(34.9%) 내지는 ‘보통이다’(40.6%)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학생과 직원들은 60%정도가 불공정하다고 대답해 교수들과 인식차를 보였다.
교수임용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이유로 교수들은 ‘자기사람 확보’(49.1%)를 가장 많이 꼽았고, ‘특정대학 출신 담합’(42.5%), ‘학연·출신지’(32.1%), ‘금전거래’(25.5%)등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교수임용시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은 누가 행사하는가는 질문에 국립대는 ‘학과 교수회’(50.9%)를, 사립대는 ‘법인’(37.1%)을 들었다.

●사학 부패 인식 = 대학의 부패 문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학법인의 비리와 부정이다. 사학비리에 대해 교수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진단이다. 먼저 사학법인의 대학경영 투명성에 대해 교수들은 ‘매우 부정적’(34.6%), ‘다소 부정적’(34.6%)로 응답해, 법인의 경영방식에 불신을 드러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교수는 10% 내외. 사립대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는 물음에 ‘사학 경영자의 부도덕성’(48.1%), ‘사학과 관련 공무원간의 유착’(21.7%), ‘감독기관의 감독 부실’(15.1%)을 지적했다. 결국 사학분규가 되풀이 되는 것은 대학을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의 운영철학때문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교수들은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에 대해 ‘매우 심각’(45.8%), ‘다소 심각’(27.1%)하다고 대답해, 72.9%가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법인이사회의 파행적 운영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교수들의 45.3%가 ‘매우 심각’, 23.6%가 ‘다소 심각’하다고 대답해, 법인이사회의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법인이 교수 재임용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를 묻자 교수들의 43.4%가 그 정도가 ‘다소 심각’하다, 25.5%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사학법인의 비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감독기관의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감사기능 부실 정도에 대해 38.7%가 ‘매우 부실하다’, 34.0% ‘다소 부실하다’고 응답했다.

교수회법정기구화 필요 83.1%

●사학비리 청산 방법 = 교수들은 사학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는 방안으로 설립자 자격제한, 교수협의회 법정기구화에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사학 설립자는 재정능력외에도 도덕성, 육영의지, 범법유무에 따라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교수들의 78.5%가 ‘매우 찬성’, 15.0%가 ‘다소 찬성’으로 대답했다. 무려 93.5%의 교수들이 설립자의 자격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학법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교수협의회의 법정기구화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6.1%가 ‘매우 필요’, 25.2%가 ‘다소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총학장 임면에 있어서 이사회 권한 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43.9%가 ‘다소 필요’, 36.4%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교수 임면과 관련 이사회의 권한 견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32.7%가 ‘매우 필요’, 32.7%가 ‘다소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학교 경영의 민주화를 위해 사립학교법 등 법과 제도의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교수들은 57.0%가 ‘매우 필요’, 32.7%가 ‘다소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과도하게 법인의 권한을 강화해 주고 있어 비리와 전횡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절대 다수의 교수가 인정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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