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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 '미술, 전시, 미술관'
[화제의책] '미술, 전시, 미술관'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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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4 15:13:45
"풍경이 아니라 풍경화가 풍경화를 만든다" 발레리의 이 말은 예술창조가 앞세대의 전통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나, '미술관이 미술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조지 디키의 말을 빌면, 예술은 더이상 예술이라는 개인적 힘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제도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뒤샹의 변기는 우리집 화장실이 아닌, 미술관에 전시되었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 김형숙 서울대 강사 지음, 예경 펴냄

이 책은 미술관 전시의 문제들을 다양한 미학적, 정치적 비평적인 담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뮤지올로지(museology)의 수립이 저자의 목표인 셈이다. 뮤지엄은 수집, 분류, 전시, 보여지는 것이 기본요소이며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미술관 전시의 방식에 흐르는 '정치적 무의식'에 대한 분석도 저자의 목표. 고대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전시풍경은 우리가 비평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이 '미술작품'만이 아니라 '전시'도 포함된다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미술작품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미술제도를 다룬 책은 드문 우리 현실에서 이 책은 미술에 이르는 또다른 길을 제시한다.

미국유학을 한 저자는 미술비평과 미술관의 실무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미국의 미술관들의 전시풍경에 대한 도판들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는 점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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