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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혜수 정대협국제협력위원장
[인터뷰]신혜수 정대협국제협력위원장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0.1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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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 범죄, 국제법정에 서야”
자신의 전 재산을 베트남전민간인학살진실위원회에 기부해 화제가 됐던 정신대 문명금 할머니가 최근에 유명을 달리했다.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가 한 명이라도 더 생존해 있는 동안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92년부터 국제협력위원장을 맡아 ‘정신대’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앞장 서온 신혜수 위원장은 이 일에 매진하기 위해 지난 학기에 교수직까지 사퇴하고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신 위원장을 만나 10주년을 맞이한 정대협과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일본군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대협은 그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가.
“우리는 할머니들의 존엄성 회복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로 93년 ‘일제하군위안부생활안정지원법’이 제정되어, 1백40여명의 할머니들이 지원금을 받았다. 그리고 무료의료진료와 영구 임대 주택 입주권 등을 확보하는데 힘써왔다. 또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려내기 위해 증언집도 만들었고, 92년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개최해 오는 29일이면 4백37회가 된다.”

△정신대문제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정신대 문제는 여러 피해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주축이 돼 이끌어왔다. 국제협력위원장을 맡아 국제기구인 UN과 ILO를 통해 국제사회에 사실을 알려내고,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해왔다. 활동의 성과로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제출됐는데, 96년에 최초로 유엔 인권위원회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유엔 인권소위원회가 ‘전쟁중 조직적 강간 및 성노예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최종적으로 98년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위안소는 강간센터다’라는 내용과 함께 일본 정부는 국제법을 위반했으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담겨있다.”

△정대협 10주년 기념행사로 무엇이 있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10주년 기념 행사는 다음달에 열리는 국제민간법정에 국민들의 관심과 의지를 모아내기 위한 행사의 하나이다. ‘정신대문제 해결을 위한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16일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또 17일과 18일에는 문화공연으로 ‘JUSTICE 2000 콘서트’, ‘정의와 평화를 만드는 작은 영화제’, ‘재미있는 우리 역사 보기 거리미술제’ 등을 실시했다. 이외에도 캠페인과 학생법정 등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민간인법정을 준비한 이유는 무엇인가.
“1948년 극동군사재판 중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재판에서 ‘위안부’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또한 국제기구에서 제시한 권고사항을 일본 정부는 전혀 지키지 않아 민간법정을 추진하게 됐다. 다음달 7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국제민간법정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권운동가와 법학자가 판·검사, 전문가 증인으로 참가한다. 네델란드와 동티모르를 포함해 9개국이 준비하고 있다.”

△이 법정을 통해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가.
“국제사회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일본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이 법정을 통해 상징적으로나마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할머니들에게는 행사 자체만으로도 심리적인 치료가 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책임자 처벌과 사죄, 법적인 보상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정신대 문제와 관련해 북한정부와 협력을 해왔는가.
“위안부 문제는 92년부터 북한과 협력해왔다. 특히 이번 법정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기소장을 작성해 제출하게 된다. 북한에서는 정신대 할머니를 포함해 열 명 정도가 법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이 사죄하고, 보상한 것으로 여겨 대단히 성공한 캠페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보상이다. 국제 민간법정을 통해 이 같은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98년 할머니들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난 후 일본과의 관계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정신대 문제를 접어둔 것은 비난의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한국이 주도적으로 정신대 문제를 이끌어왔던 만큼, 오는 29일 열리는 아시아연대수요집회와 사이버 토론회(www.tribunal2000. org), 국제민간법정에 교수님과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정대협 홈페이지 http://witness.peacenet. or.kr 김미선 기자 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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