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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본격화된 교수노조 설립 움직임 - 민교협 교수노조연구팀 토론회
[초점] 본격화된 교수노조 설립 움직임 - 민교협 교수노조연구팀 토론회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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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2:05:49
교수의 노동조합은 사회적 통념으로 보면 어딘지 어색하고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하다. 그간 교수란 직함은 노동자의 지위와는 구별되는 ‘최고 지성인’의 상징이었고, 교수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는 생산직 노동자의 노동과는 구분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을 고집한다면 교수노조는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대학이란 상아탑의 위치는 이미 흔들리고 있고, ‘최고 지성인’이라는 교수의 지위는 ‘경쟁력’ 담론의 거대한 물결속에서 지식노동자로 하락해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면 무턱대고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점에서 물밑에 머물러온 교수노조 설립에 관한 논의가 민교협(공동의장 최갑수 서울대 교수)의 지난 5일 서울대 토론회를 기점으로 공론화된 것은 그 의미가 깊다.
사실 민교협은 이를 공론에 부치기까지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의료대란 이후 이익집단의 제몫 챙기기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에 이는 자칫 ‘교수마저’란 섣부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관련 교수단체인 국교협과 사교련은 ‘노조’ 보다 한층 덜 조직적인 ‘전국적 교수조직’에 오히려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형편에서도 민교협이 교수노조 건설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그만큼 교수가 처한 현실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2002년 전면적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계약제와 연봉제는 교수의 고용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고, 학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교육관계법은 오히려 교수를 속박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교수들을 개혁 주체가 아닌 개혁 대상으로 삼아 무한경쟁속에 밀어넣고 있다. 이점에서 이날의 토론회는 교수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찰속에서 교수노조의 설립의 법적 걸림돌, 외국사례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그 가능성을 면밀히 타진해 보는 자리였다.

 

왜 노동조합인가

민교협이 협의체가 아닌 노조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교수의 고용불안과 지위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교수’를 주제로 발표한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과)는 “교수들은 이미 이데올로기적인 수준에서 대학의 낮은 연구력과 질 낮은 교육의 주요 원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다음으로 임금조건, 그 다음으로 고용안정성의 문제로 지위하락 경향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고용의 불안정성은 교수의 연구력의 저하와 질 낮은 교육을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때문에 교수노조는 단순히 교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기보다는 교수사회의 자정과 개혁을 전제로 교육개혁을 추진할 중심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교수가 노동자 인가

그렇다 할지라도 교수를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은 일반적 이해에 비춰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식을 생산·전파한다는 점에서 지식노동자적 경향을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위상을 도외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제욱 상지대 교수(사회학과)는 ‘교수의 계급적 지위’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교수는 광의의 노동자 계급적 경향을 띠는 신중간층에 가깝다”고 전제하고 “신중간층 노조는 노동조건이 아니라 노동의 내용을 주요한 목표로 두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전교조가 참교육, 언론노조가 편집권의 독립을 목표로 삼고 있듯 “교수노조도 근본적으로 대학교육의 질 확보를 위한 대학운영의 민주성 제고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집단 노동시장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제한 남기곤 대전산업대 교수(경제학과)도 “수요(교수의 충원)의 결핍과 공급(박사의 양산)의 과잉으로 인해 교수의 노동시장의 조건은 긴박해 지고 있으며, 교수의 노동조건도 점점 더 열악해 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이미 시장의 자연스런 힘에 의해 조절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주체적들의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외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노동조합의 설립에 있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교수노조들이 이미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단일 교수노조의 성격을 띠기보다는 다양한 노조연합의 부문별 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교수가 국가공무원 신분인 독일의 경우 별도의 교수노동조합은 없지만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산하의 교육학술노조(GEW) 또는 독일공무원노조(DBB)등에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가해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전국교육연맹(FEN)과 프랑스민주노동총연맹(CFDT) 등 전국단위의 노조산하에서 ‘교수조합’이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법적 걸림돌은 무엇인가

교수노조의 설립이 충분히 타당성을 지닌다 해도 문제는 법적인 걸림돌이다. 김인재 상지대 교수(법학과)는 “외국의 경우 애초부터 노조설립에 있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의 설립을 원천적으로 묶어두고 하나씩 풀어주는 방식이어서 실정법상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수노조가 합법적으로 건설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첫째는 공무원의 노조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66조를 개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교원노조법 제2조를 개정해 교원의 범위에 교수까지 포함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별도의 대학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안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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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상곤 민교협 교수노조 연구팀장(한신대 경영광고학부)
“교수의 비판적 역할 회복의 주춧돌”

△현 시점에서 교수노조는 왜 필요한 것인가.

“그간 정부의 교육정책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교수의 비판자적 기능과 역할은 제약돼 왔다. 이런 식의 개혁이 지속된다면 교수들은 방관자적 역할에 머물고 교육이 시장과 경쟁체제에만 맡겨져 공공성을 잃고 표류할 것이 분명하다. 이점에서 교수노조는 교수의 비판성을 회복하고 동시에 교육문제 전반에 관한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교수노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교수의 계급적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전교조 설립당시 교사도 계급성에 관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논쟁의 논지는 교사를 완전한 프롤레타리아트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전문성을 가진 또 다른 계급으로 볼 것인가였다.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교수의 계급적 지위는 임금노동자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광의의 노동자계급인 ‘신중간 계급’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2000년 계약제와 연봉제의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교수도 비정규직 노동자적 지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잰행이 가속화될 경우 교수는 임금노동자 보다 못한 고용불안이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수노조는 여타의 부문별 노조와는 그 성격이 달라야 한다고 보는데.

“여타의 생산직 노조는 현실적인 처우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경향이 짙다. 반면 교수노조는 교수의 신분과 처우와 관련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역할보다는 근본적으로 대학교육 질 향상을 위한 정책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요한 활동이 될 것이다. 교수의 역할을 지식생산과 전파라 한다면 교수노조의 중심적 역할은 이를 사회화, 공공화하는 것이다.”

△국교협에서는 이미 전국적 교수조직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국적 교수조직 건설과 민교협이 제안하는 교수노조의 건설이 배타적이거나 비판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그것대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교수노조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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