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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남북평화군
[딸깍발이] 남북평화군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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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58:55

김부기 / 편집위원·경기대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와 관련해 우리 언론이 빠트리고 있는 핵심 대목은 미국이 독립변수란 사실이다. 북한 핵문제를 타결짓기 위해 미국은 이미 경수로를 평양에 안긴 바 있다. 미국의 이러한 유화노선은 힘의 제한 때문이다. 북한의 도전에 대해 미국은 후세인의 이라크와 밀로세비치의 세르비아의 경우에서처럼 폭력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 북한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 아무리 유일 초 강국이라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대북공습을 감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금년은 미국 대선의 해다. 공산주의 외교는 자유주의국가의 선거를 잘 활용한다. 예비선거가 끝난 후 지난 봄 여론조사는 고어·부시간 박빙의 접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미세한 판세의 선거를 코앞에 두고 북한이 또다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면 이는 클린턴·고어진영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전 일본이 들썩들썩할 것이며 미국의 언론은 일제히 클린턴 외교의 실패와 ‘미국의 망신’을 보도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필요가 미국의 대북 선물외교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마침 우리도 총선이 있었기 때문에 대북경협을 실질적 내용으로 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선행된 것이고 이에 뒤따라 미 국무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실험을 계속 중지한다는 확약을 했기 때문”에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또한 미국의 종속변수이므로 북·일관계 정상화와 배상금도 곧 해결을 보게 될 것이다.

약소국 외교의 행동반경은 의지의 ‘자주성’이 아니라 ‘자주적 힘의 공간’에 달려있다. 이런 의미에서 금년 말까지의 반년이라는 시간은 민족자주외교에 있어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 선거가 끝난 뒤 내년초에 들어설 미국의 신 행정부가 다른 생각을 가지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년이란 시간의 촉박성은 우리에게 과감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름이 대수인가. 예를 들어 ‘코리아 공화국 연맹(The League of Korean Republics)’이라고 붙여도 좋다. 어떻든 통일국가를 구성하고 그 아래 남북 양 공화국의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평화군(Peace corps)’을 창설, 경의선 복원 등 남북경협의 건설현장에 즉각 투입하는 것이 어떤가. 평화군은 대결의 구 패러다임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민족역량 총진군을 추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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