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3:05 (토)
[학회를 찾아서] 문학과 영상학회
[학회를 찾아서] 문학과 영상학회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8-16 11:44:42

영상시대의 도래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진부해진 지금, 기왕에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선 현실을 학문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애쓰는 학회가 있다.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학술단체라고 스스로를 수식하는 이들은 영상매체의 부상을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문학의 확장 계기”로 파악한다. 영국의 옥스포드대에서 영문학이 감히 아카데미 내로 진입할 수 있을까 논쟁했던 때가 백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영상을 학문의 대상이라 ‘감히’ 부르는 ‘문학과영상학회’(회장 김성곤 서울대 교수, 이하 영상학회)의 노력이 다시 백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차라리 역사의 해프닝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영상학회는 지난해 1월 한국영어영문학회가 연 겨울 심포지엄에서 영문과 교수들의 제안으로 창립됐다. 그러나 영상학회는 영문학 작품을 영상화한 텍스트만으로 연구의 범위를 좁히지 않는다. 그들은 성글지만 야심찬 기획을 품고 있다.

“먼 훗날의 일일지라도 우리 다음 세대에는 문자텍스트(종이책)가 없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라도 감동을 준다면 영상텍스트가 문학텍스트보다 못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영상학회가 연구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개념의 범위가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컴퓨터 게임 등의 영상텍스트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죠” 김성곤 학회장의 이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외국문학 전공자들이 중심이 된 모임이라 확장의 기획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다. 영문학에는 이형식 건국대 교수, 김성제 한양대 교수, 김정호 전북대 교수 등이, 독문학에는 고원 서울대 교수, 오윤희 성균관대 교수 등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상매체와 문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유럽에서 생산된 문학과 영상작품의 비교·분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교수에 의하면, 영상학회는 외국문학 뿐만 아니라 국문학과 한국의 영상텍스트에까지 그 연구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실제 ‘문학과 영상’이라는 학회지 창간호에서는 영화 ‘반칙왕’을 신화·정신분석학의 틀로 읽어내기도 했다.

영상학회는 ‘영화와 문학사이/문화와 이론사이’란 주제를 걸고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여름캠프를 개최해, 법과 의학, 그리고 문학과 영상이라는 학제간 연구의 장을 마련했다. 세번쨋날 열린 안경환 서울대 교수(법학)의 ‘법으로 읽는 문학과 영화’와 김상준 신경정신과 원장의 ‘영화의 상징과 심리학적 의미’라는 강의가 그 예이다. 지역과 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르려는 영상학회의 활동이 어떤 결실을 맺어나갈지 궁금하다. (문학과 영상학회 홈페이지 www.englit.or.kr)

<이옥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