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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동조합, 왜 필요한가
교수노동조합, 왜 필요한가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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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42:21

양태순 / 서원대·국어교육학과

필자는 교수들이, 특히 사립대학의 교수들이 이 시점에서 왜 노조를 결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가에 대해 거칠지 모르지만 진솔한 소회를 펼쳐 보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립대학은 학교·학생·교수의 여러 면에서 대학교육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는 미미한 액수에 그치고, 재단전입금은 거의 전무한 채 거의 모든 재정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제와 연봉제가 도입된다면 교수들은 두 가지 측면, 즉 신분보장과 보수의 양면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교수들은 지금까지도 건전한 일부 사학을 제외하고 수많은 사학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왔다. 교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적게는 몇 천, 많게는 몇 억이 오간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실제로 법정에서 그 전모가 밝혀지기도 했다. 승진이나 재임용 과정에서도 그런 소문은 파다한 현실이다. 재임용 과정에서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암시도 받지 못한 채 탈락한 모 전문대 여교수가 “(돈을) 달래나 보지”하며 울먹였다는 일화는 참으로 눈물겹다.

사립대학 교수가 처한 상황

그 동안 적용돼온 재임용제도를 통해 억울하게 강단에서 물러난 교수들이 수백을 헤아리는데 그 대부분은 연구능력 부족이나 강의부실 때문이 아니었다. 국공립대학의 경우에는 정부시책을 따르지 않았거나 선배 교수님을 잘 모시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재단이나 학교 당국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재임용에서 탈락되면 구제될 가망이 전혀 없다. 사적인 계약관계로 간주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은 물론이고 민사 소송에서도 가망이 없는 것이다. 상지대와 덕성여대 그리고 서원대에서 복직된 사례가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재단이 물러나고 임시이사진이 들어온 뒤에나 가능했던 것이고, 그나마 소급 임용은 불가능했기에 그 동안의 경력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었으니 그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연봉제까지 가세한다면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할 것이다. 현재도 여기저기서 겸임교수·대우교수·연수교수·객원교수·석좌교수·강의전담교수·연구교수 등의 명목으로 비전임교수들이 마치 전임교수인 것처럼 채용되고 있다. 산업현장이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분들의 실무 경험이 필요하고, 정년 퇴직한 분들의 오랜 경륜을 활용하는 것이야 매우 효율적이지만 그런저런 명목의 비전임교원 임용이 정말로 아무런 뒷거래 없이, 그리고 전임 교원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분야에서 교육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두가 비전임교수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심각한 상황이 여러 곳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제와 연봉제를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면 계약으로, 아니면 당당하게 연봉 일천만원 整, 그보다는 무보수로, 더 나아가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오히려 이쪽에서 일년에 일정액씩 내놓겠다는 악화도 양산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교수라는 명함 하나만 얻음으로써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간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능력은 없더라도 의식주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유한 집 자식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실제상황일 것이다. 우리의 지금 풍토에서라면 자식을 교수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억까지도 쾌척할 부모님들이 줄을 설 것인즉. 그러다가 잘못하면 아마도 교수의 연봉은 최저입찰제로, 기부금은 최고입찰제로 정착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가지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계약제와 연봉제가 정착하기 어려운 것은 이 대학에서 계약 만료로 그만둔 교수가 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노동시장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좀 괜찮은 학교에서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그만둔 사람이 그보다 못한 학교라도 다시 옮겨갈 수가 없고, 그 반대의 경우일지라도 옮겨가지는 못하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성립되기 어려운 교수노동시장

사정이 이와 같다면 교수들의 신분은 보장할 수 없을 터이고, 안정적인 보수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니 어느 겨를에 좋은 연구성과를 올릴 것이며 어떤 마음 가짐으로 알찬 강의를 해낼 것인가?요컨대 계약제와 연봉제가 실시된다면 교수들은 신분보장과 보수의 양면에 걸쳐서 그 어떤 집단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고, 따라서 그나마 필요한 최소한의 울타리로 노조를 결성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필자의 견해로는 그 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다. 교수란 이제 더 이상 상아탑 깊숙히 안주하고 있는 어떤 존재도 아니고, 또 그렇게 보아주지도 않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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