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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리포트] 대학의 성차별적인 교육환경
[교육부 리포트] 대학의 성차별적인 교육환경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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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40:01

남승희 / 교육부 여성교육정책 담당관

지난 6월 뉴욕에서 개최된 여성특별총회에서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다. ‘Herstory’가 결과문서의 문안으로 채택됨으로써 ‘history’가 아닌 ‘herstory’가 공식 용어가 된 것이다. ‘Herstory’는 ‘여성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남성에 의해 쓰여졌다면 이제부터의 역사는 여성의 경험을 소중히 다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이 회의는 ‘여성의 주류화’(gender-mainstreaming)에 대한 개념의 정리를 보다 명확히 했다. ‘여성의 주류화’란 단순히 기존의 구조에 여성을 통합시켜 여성참여 비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평등하게 바꾼 다음 남녀의 파트너쉽을 새롭게 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사회는 여성의 권리를 보편적 인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성문제에 대한 학문적 성찰이 1977년 이화여대에 여성학 강좌가 개설되면서 시작되었으니 어언 20년이 넘었다. 여성학계는 특히 성 불평등 사회의 원인으로 교육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즉 여성이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데 실패한 원인은 성 정형화된 교육활동, 교육 과정에서의 성역할 고정관념, 그리고 교사의 성 정형화된 의식과 관습에 있다고 지적했다.

성정형화된 여성상·직업 고정 관념 깨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양성평등한 교육의 실천을 위해서는 성정형화된 여성상과 장래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교사나 교수진의 태도와 의식, 그리고 이에 알맞는 교재 개발이 중요하다. 교과간의 성별 구분과 여성의 성취에 대한 이중적 구조도 타파돼야 한다.
1999년도에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나라 대학생의 77.8%가 대학 내에 성차별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특히 교수의 학생에 대한 기대 및 지도, 교육과정 및 내용, 교육시설 및 복지 편의시설, 학생회조직 및 동아리 활동, 진로지도 및 취업추천, 교육방침 및 행사 등에서 성차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진로지도에서 가장 심한 성차별을 경험했고, 45.2%가 대학생활을 통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대학 내의 성차별과 성희롱 개선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우선 여학생들 스스로가 의존적 사고에서 탈피하고, 성희롱금지조항을 학칙에 명문화하고 성희롱 신고창구를 운영하며,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에 여교수의 참여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여교수 비율은 1965년 9.2%에서 1996년 12.6%로 30년간 불과 3.4% 증가했다. 전공별로 살펴보자.
2000년 현재 서울대 공대,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을 통틀어 공학전공 여교수는 서울대공대에 기금교수 한 명밖에 없다. 주요 5개 대학 법학과에는 여교수가 한 명도 없다. 전국주요 국·사립 21개 남녀공학대학의 주요학과 여교수는 경영학과 5백30명중 2명, 경제학과 2백80명중 2명, 법학과 3백13명중 2명, 언론신문방송학과 66명중 1명, 의학과 3천1백40명중 2백78명, 정치외교학과 1백16명중 4명, 공대는 8백88명중 3명이 전부이다.
여교수의 의사결정기구 참여 정도도 미진하다. 가정계열학과가 있는 생활과학대학과 간호대학을 제외하고는 본부와 전 단과대학의 인사위원회에 여교수의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 인문대학과 예체능대학, 그리고 사범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대학들은 타 단과대학에 비하여 여교수 구성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사결정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총·학장 중 여성의 비율은 3.8%에 불과하다.
이렇게 대학 내 여교수 비율이 낮은 것은 여성의 역할모델 부재로 학생지도와 대학사회에 성차별적 풍토를 조성하고, 결국은 고학력 여성의 사회 참여비율을 낮춤으로써 여성고급인력자원을 낭비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1999년 세계경쟁력 보고서 여성차별 부문에서 조사대상 47개국 중 한국은 45위로, 그리고 유엔의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부문에서는 조사대상 70개국 중 63위로 평가됐다.
유엔의 여성권한척도(GEM)는 여성국회의원 수, 행정관리직, 전문기술직 그리고 남녀 소득 차이를 기준으로 여성의 정치·경제활동과 정책과정에서의 참여도를 측정한 것이다. 99년에는 1백2개국 중 78위, 98년에는 1백2개국 중 83위이고 보면, 고학력 여성의 사회참여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보고서가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에서 한국은 1백74개국 중 31위로 평가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정부는 대학의 성차별적인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여교수 현황을 재정지원과 연계하여 2000년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대학은 여교수 증대를 위한 자체계획을 수립하고 대학 내 각종 위원회 및 행정보직의 성별 대표성 정책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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