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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시평]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장기적 연구 필요성
[과학시평]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장기적 연구 필요성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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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38:35

김동광 / 고려대 강사·과학사회학

지난 1월 2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국가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합의를 보지 못했던 ‘생물안전의정서(Biosafety Protocol)’가 채택되면서 GMOs(Genetically Modified Organims) 식품, 즉 유전자조작식품 문제는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로써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에서 안전성과 표시제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거듭되던 유전자조작 곡물을 비롯한 동식물의 교역을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의정서 채택에 따른 국내 후속조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유전자 조작 종자나 동물등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유전자 조작 곡물이나 그 가공품이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수입국들은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된 곡물과 자연산 곡물을 섞어서 수출하던 미국과 캐나다에 곡물의 유전자 조작 여부 표기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의정서 채택은 제3세계 농민들과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의 끈질긴 문제제기와 실력행사를 통해 유전자 조작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사전예방의 원칙을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 간 교역에 극한된 의정서

그렇지만 이번에 채택된 의정서는 당사자간 교역이라는 관점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의정서의 키워드 중 상당부분이 “국경이동, 수출, 수입, 수출자, 수입자, 수입당사국, 사전통보합의” 등이라는 사실에서도 그 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또한 협상대상을 유전자재조합을 통한 유전자변형생물체, 즉 LMOs(Livings Modified Organisms)로 한정하고, 그 2차산물은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협상범위와 그 대상인 LMOs에 대한 정의를 가능한 한 협의로 국한시켰다. 따라서 92년 리우 협약 이후 모처럼 결실을 맺은 의정서가 이후 실행되는 과정에서 교역을 위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 또는 통과의례를 마련해주는 식으로 원래의 의미가 왜곡, 축소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유전자조작식품이 인체에 해롭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면서 조심스럽게 1세대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지난 5월에 클린턴 행정부는 유전자조작식품 규체조치를 발표하면서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여부 표시와 안전성 검사 의무화를 빼놓아 실효성없는 조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도 2001년 7월로 예정되어 있는 두부와 된장 등의 24개 일반식품에 대한 유전자조작 여부 표시제를 1년 가량 앞둔 시점인 지난 6월에 미국의 다국적 농산물 회사인 몬산토(Monsanto)사에서 개발한 제초제 내성 유전자 조작콩인 ‘라운드업 레디’를 조사한 결과 영양성, 독성, 알레르기성, 제조방법 등에서 인체에 아무런 위험도 없다고 발표했다.

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유전자조작식품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표출 단계를 넘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가고 있는 현 단계에서 생태적 관점이나 생명적 관점이 아닌 교역적 관점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초기에 GMOs를 둘러싸고 제기되었던 폭넓은 문제의식을 희석시키는 양상을 띠고 있다. 안전성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인체 및 생태계에 위험하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논변을 되뇌이고 있지만, 그런 주장을 반박하는 실험결과는 비록 산발적이기는 하지만 계속 발표되었다. 우선 영국의 로위트 연구소의 아파드 푸스타이 박사는 98년에 스코틀랜드 주 정부에서 의뢰받은 연구에서 유전자조작된 감자를 먹인 쥐의 간과 심장 등의 장기가 줄어들고, 기능이 저하됐을 뿐아니라 면역체계도 약화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 시민들이 모르모트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유럽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은 ‘프랑켄푸드’(Frankenstein-Food)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얻게 되었다. 99년에는 미국 코넬 대학에서 해충을 방지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포함한 GMOs 옥수수의 꽃가루가 다른 식물로 轉移되어 나비의 유충을 죽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조작된 유전자가 자연 생태계에서 다른 생물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실제로 확인되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독일의 프레이버그 생태학연구소에서 GMOs 유채밭에 있는 벌들의 배설물 속의 박테리아를 검사한 결과 유채와 같은 조작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팀은 “유전자 교차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폭넓은 범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인간과 동물에서도 미생물 교차가 일어나서 결국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험성이 부른 이름, ‘프랑켄푸드’

유전자조작식품의 유해성을 시간적으로 현재, 공간적으로 인체에 국한해서 논의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영향평가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인체의 건강이 생태계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안전을 장담했던 DDT나 고엽제가 불과 수십년만에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듯이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해서도 최소한 한 두 세대에 걸친 포괄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미국에서는 99년 7월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조사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일본에서는 올 2월에 유전자조작 식품 규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발표 당시 농무부 장관 댄 글리크먼은 GMOs 곡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근거없는 것이라는 전제를 기초로 연구계획을 발표해서 그 시작부터 환경단체들은 몬산토 제품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그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또하나의 이유는 유전자조작 곡물의 상업성 자체이다. 유전자조작곡물은 21세기의 미국을 이끌 전략적인 기술이자 그동안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한 생물공학기술을 최초로 상업화한 성공적 상품이다. 유전자조작 곡물이 안전성이 채 확인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그토록 빨리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거대 곡물회사들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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