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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보도] 일본에서 진행 중인 슈퍼케이 실험
[과학보도] 일본에서 진행 중인 슈퍼케이 실험
  • 최문상 과학전문 객원기자
  • 승인 2001.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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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6 11:37:21

지금 일본에서는 한·미·일 3국 공동 연구단에 의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장거리 중성미자 진동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실험은 쓰쿠바시에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 가속기에서 땅 속을 통해 2백50km 떨어져 있는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로 중성미자 빔을 쏘아 보내서 중성미자가 이동 중에 진동하였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입자 물리학 분야는 물리학자들 사이에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분야가 되어가고 있었다. 수십 년간 물질의 근본 성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사실상 조각 그림 맞추기나 다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은 약 20여 개의 기본 입자에 각각 적절한 위치를 부여함으로써 조각 그림 맞추기의 틀을 제공했다. 1995년 약 1천여명의 물리학자들이 공동 노력으로 탑 쿼크를 발견했을 때, 이 퍼즐 그림은 마치 완성되는 듯 했고 세부 사항만 남은 듯 보였다.

입자물리학계에 지진 경보

그러나 1998년 6월, 120여명의 수퍼카미오칸데 공동 연구단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출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중성미자의 질량이 매우 작더라도 질량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중성미자의 질량은 우리의 태양이 어떻게 빛을 발하고 다른 별들이 폭발해서 어떻게 섬광을 발하는 초신성이 되는지 그리고 은하군이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중요한 설명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면 현재 물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표준모형이 아마도 잘못된 이론일 것이라는 주장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중성미자는 우리를 무수하게, 그러나 보이지 않게 감싸고 있는 입자이다. 중성미자는 빅뱅에 의해 최초로 탄생했고, 그 후에도 수많은 별들에 의해 그리고 우주선과 대기와의 충돌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그 숫자는 빛 다음으로 많아서 전자와 양성자 숫자의 6억 배 가량이나 된다. 여러 가지 증거로 비추어 보았을 때 우주에는 우리가 현재의 기구를 사용해서 관측할 수 있는 질량보다 약 10배는 더 많은 질량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성미자는 이러한 암흑 물질 가운데 얼마간을 메꾸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빛의 속도로 땅 속을 뚫고 지나가는 중성미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서 이제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이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런 만큼 대기 중성미자에 대한 98년의 슈퍼카미오칸데 실험은 물리학자들을 흥분시킬 만큼 놀라운 실험이었다.
96년 슈퍼카미오칸데 그룹 물리학자들이 관찰하기로 했던 것은 우주선이 지구대기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대기 중성미자였다. 지하 1천m 깊이에 거대한 물탱크 검출기를 만들어 연구하던 슈퍼 카미오칸데 그룹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가 탱크 안에 있는 5만톤의 물분자와 겨우 한 개씩 반응해서 희미한 섬광을 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계속됨에 따라, 대기로부터 만들어진 이러한 중성미자가 남긴 흔적들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것이 점차 드러났다. 위로부터 날아 온 것들은 그 숫자가 대기로부터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것과 거의 일치했다. 그렇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날아 온 뮤온 중성미자의 개수는 대기에서 생성되었으리라고 추측된 양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설명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각각의 중성미자는 사실 세 가지 질량 상태가 혼합되어 있다. 그 혼합 상태는, 중성미자가 이동하는 동안, 남아메리카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를 일본의 탐지기에 도달했을 때는 보다 무거운 타우 중성미자로 변환시키면서 변할 수 있다. 이것이 슈퍼 카미오칸데에서 뮤온 중성미자가 매우 적게 검출된 이유이다. 달리 말한다면 중성미자의 질량이 중성미자의 전환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슈퍼케이 검출기에 집중되는 이목

물리학자들이 도쿄 부근의 가속기(KEK)로부터 뮤온 중성미자 빔을 생성하여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로 쏘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1월부터였다. 지난 98년의 대기 중성미자 실험은 자연이 제공해준 중성미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이었던데 반해 지금 진행 중인 실험은 인간이 직접 중성미자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실험이다. 슈퍼카미오칸데 연구 그룹은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되는 고에너지 국제물리학회에서 지난 1년여간의 실험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이날 발표될 실험결과가 표준 모형의 빈 곳을 완전히 채워서 물리학을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운이 좋다면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시대에 새로운 물리학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최문상 과학전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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