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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 <1>도시 경험과 보두엥의 꿈
[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 <1>도시 경험과 보두엥의 꿈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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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1:45:04
해외의 예술만화를 소개하고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성완경 인하대 교수(미술교육과)는 ‘민중미술·모더니즘·시각문화’를 펴냈고 한국영상문화학회 공동대표입니다.

1996년 이탈리아에서는 만화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꿀꺽! 만화 100년: 디자인, 모험, 판타지의 한 세기’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바우하우스 킬러, 만화의 애매한 무한성에 관하여’라는 글이 실려있다.
바우하우스가 심리적, 장식적, 재현적 요소를 배제한 순수조형성과 합리적 기능성을 통해서 새로운 디자인적, 건축적, 도시적 질서의 유토피아를 추구했던 모더니즘 미학을 대표하는 이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바우하우스의 살해자’인 만화가 모더니즘에 대하여 어떠한 미학적 태도를 보이는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바우하우스 킬러’는 한 이탈리아 만화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건축적 도시적 차원에서든, 식민지의 발견과 그 경영이라는 세계 공간적 차원에서든, 근대의 자본주의적 공간질서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페르스펙티바’(원근법/투시도법)와 ‘카르토그라피’(지도제작술)의 탄생 이래로, ‘가시적 이미지의 미덕’을 발견한 계몽주의자들의 끝없는 지식 축적과 확장 이래로, 그리고 또한 산업혁명과 도시화에 의한 공간, 인구, 자본, 노동, 여가, 권력의 집중과 밀집화 이래로, 건축과 도시 디자인은 항상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주류예술로서 근대적 공간을 생산하고 재배치하고 통제해왔으며, 또한 근대 인간과 사회의 ‘근대성의 경험’을 명명하고 지시해왔다.
그러나 근대성의 경험은 그것을 담는 그릇에 따라 그 양상을 크게 달리 한다. 그 중에서도 만화는 건축 및 도시설계의 문제를 새로운 차원에서 조망함으로써 도시화로 대표되는 근대화의 문제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현할 수 있다. 많은 만화가가 나름의 기질과 세계관 속에서 근대 대도시 및 그 부산물들의 성격을, 그 속에서 살았던 인간 주체의 욕망, 공포, 꿈, 금기, 희망 등을 고유하게 드러냈다.
보두엥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채, 자연과 도시와 사람과 우주가 하나의 에너지로 넘실대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의 머리는 밖으로 터져 있어 외부세계가 자유로이 들어오고, 생각이나 욕망이나 무의식은 그대로 밖으로 노출된다. 주체와 대상을 분리하는 대신 주객 일체를 추구하는 동양적 인간관, 자연관, 예술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주인공이 양복을 입고 있는 것은 여행이 상상임을, 혹은 탈주임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신비함, 그리고 주인공이 겪는 자기변신의 과정은 만화 특유의 상상력으로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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