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荒政이 儒敎를 일으키다
荒政이 儒敎를 일으키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9.23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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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자연재해와 유교국가』 김석우 지음 | 일조각 | 327쪽 | 2006

漢代에 유교가 부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는 ‘유교의 국교화’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한대 유교에 국가주의적 성격만 존재했던 건 아니며, 국가권력을 향한 체제비판활동이 적극 허용됐고, 이로써 국가체제는 항구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체제비판은 어떻게 허용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것이 유교적 지식인들의 관념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통일국가와 함께 등장했던 ‘자연재해의 위협’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이 책은 전쟁이 없었던 통일국가 한나라에서 재해와 ‘荒政’(기근 구제를 위한 정책, 흉년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인민을 구하는 정치)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파헤치고 있다. 실제로 ‘漢書’와 ‘後漢書’를 보면 재해문제가 빈출하고 황정의 당위성이 곳곳에서 설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저자는 국가의 지배이념이 재구축 돼야 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기를 황정의 수요에서 찾았다고 본다.

이런 주장은 기존 학계에는 약간 낯선 것이다. 한대의 재해·황정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충분치 못했으며, 자연재해는 단지 제국 해체기 농민반란을 유도한 계기 정도로만 다뤄졌을 뿐이다. 치밀한 논증을 위해 저자는 황정의 개념에서부터 천착해 들어간다. ‘주례’의 황정 12조, ‘서한회요’와 ‘동한회요’에 기술된 황정 조항, 송대 이후 나온 주요 황정서들을 검토했다. 자연재해 기사의 신뢰도도 따져봤다.

그간 소개된 자연재해는 발생 수치만을 합산한 단순 연구가 많았는데, 이 책은 재해 내용에서부터 서술형태의 변화까지 꼼꼼히 짚는다. 또한 한대 중국인들이 재해와 황정문제를 어떻게 봤는지, 어떤 대안을 마련했는지를 살폈다. 특히 법가의 관점을 동시에 비교한 것이 높이 살만하며, 여기서 한대인의 태도변화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자연재해가 황정 논의와 정치에 미친 영향과 황정체계의 형성과정을 추적했다. 이 책은 이처럼 자연재해 문제를 통해 한대사를 유기적으로 조명한 연구로서 주목할만하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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