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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의 감동적인 생태학 이야기
노학자의 감동적인 생태학 이야기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9.23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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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들풀에서 줍는 과학』김준민 지음 | 지성사 | 302쪽 | 2006

외길을 걸어온 학자의 저서는 모두 이렇듯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책의 부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신간 ‘들풀에서 줍는 과학’은 “한 세기를 걸어온 김준민 생물학자”의 생명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1914년에 태어나 구순을 넘긴 지금까지 ‘식물 생태학 연구’로 평생을 보냈다.

책장마다 노장의 자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쉽고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고 사려 깊다. 언급되는 식물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뤄진다.

진달래는 양지에서 자라지 않는다거나, 우리나라 산림은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소나무 숲이 아니라 참나무 숲이 된다거나, 이름이 참나무인 나무는 없다거나, 말라죽은 이끼와 같은 지의류가 대기 중의 환경오염 정도를 알려준다거나 하는 등의 순수한 식물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잘못된 식물 상식들을 짚어주는 부분들도 꽤 많아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카시아 나무는 다른 나무를 죽이는 毒樹’라는 오해인데, 노학자는 “훼손된 삼림의 복구와 복원에 아카시아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다”라고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아카시아는 3백미터 높이 이상에서는 자라지 않고, 놀라운 속도로 왕성하게 자라기는 하지만 10~2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쇠락하며, 그 옆에 함께 자란 참나무 계열들의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함부로 베어내서는 안 된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인하고, 신비롭다. 읽다보면 마치 새로운 진실을 접하듯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의 언어가 너무도 겸손하고 소박해서다. 그는 얘기한다. “자연은 결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들에 핀 꽃 한 송이, 연못에서 헤엄치는 개구리 한 마리에 대해서도 사실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마지막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노학자는 저서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맺는다. “젊은 세대들이 매크로 생물학, 특히 생태학에 더 많이 입문하기를 바란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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