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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원틴은 어떤 인물인가
르원틴은 어떤 인물인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9.23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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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반환원주의자 / 허영수 기자

리차드 르원틴은 저명한 유전학자이면서도 환원주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몇 안 되는 과학자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열렬한 좌파 생물학자이다.

대담집 ‘과학의 정열’(다빈치, 2001)에 나와 있는 루이스 월퍼트 영국 런던대 교수와의 대담을 보면 그의 반골 기질이 잘 드러난다. “당신이 반체제 인사임은 아주 분명하다. 그 입장을 즐기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르원틴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다. 내가 다투는 것은 다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것은 그에게 무척 중요했다. 좌파는 세계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만약 이 세계의 지위, 부, 권력이 전부 유전자의 산물이라면 좌파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되지도 않을 일에 매달리다가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 주제에 천착했고, ‘모든 것이 유전자에 쓰여 있지 않다’를 결론을 내렸다.

엘리트적인 특권도 싫어해서,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을 관두기도 했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지위를 내던진 것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에 그는 “나는 명예로운 칭호에 반대하고, 과학에 메달을 수여하는 일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얘기했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자의 모든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상’의 존재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 기성 권위에 대립하는 인물이 상당히 권위 있는 하버드대의 교수였던 것은 문제가 안 될까. 이와 관련한 르원틴의 답이 걸작이다. “하버드 교수인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는 하버드 교수이기 때문에 완전히 괴짜는 아닌 것 같다. 그가 말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하버드대 교수라는 직함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솔직한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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