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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에 대한 새로운 연구지평 개척”
“침략전쟁에 대한 새로운 연구지평 개척”
  • 박진우 숙명여대
  • 승인 2006.09.23 2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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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평_『이와나미강좌 아시아·태평양전쟁(전8권)』 나리타 류이지 외 지음 | 巖派書店 | 2006

2005년 11월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이와나미강좌 아시아·태평양전쟁’ 전8권이 올 6월에 완간됐다. 이 책은 일본근현대사 전공 소장파 연구자 1백여 명이 집필에 참가해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지배, 제국주의 등에 관한 새로운 차원의 연구지평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제1권 ‘왜 지금 아시아·태평양전쟁인가’에서는 이 시리즈의 기본적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세계사적인 시야에서 고찰해 현대세계의 시간적인 연속성과 공간적인 범위 속에서 고찰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戰時’와 ‘戰後’를 단절로 보지 않고 연속설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이 시리즈를 일관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이제까지 ‘전후역사학’에서 논의되어 오던 연속성/단절성과 관련되는 논점과 그 성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것인가를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은 각권의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제2권 ‘전쟁의 정치학’에서는 ‘총력전체제’와 현대사회와의 관계를 연속성 속에서 파악하고 ‘기억의 공동체’와 ‘집합적 기억으로서의 전쟁의 기억’에 관한 고찰을 아시아 각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살피고 있다.

제3권 ‘동원·저항·익찬’에서는 대규모 동원체제의 출현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미친 잠재적 의미를 묻고 있으며, 저항과 협력의 복합적이고 다양한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제4권 ‘제국의 전쟁체험’에서는 기본적으로 과연 1945년 8월 15일에 대일본제국은 해체되었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것은 곧 패전 후에도 남아있는 제국과 전쟁의 잔재와 흔적이 어떤 의미에서 현재를 형태지우는 요소가 되고 있는가를 파헤치고자 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제5권 ‘戰場의 諸相’은 종래의 전쟁과 군사사 연구에서 경시되어 오던 병참, 정보, 위생 등의 문제를 대상으로 역사학에서의 ‘전쟁터’의 주제화를 시도하고 나아가 전후 일본의 밀리터리 컬처에 주목해 전쟁과 戰場을 어떻게 회고하고 기억하며 기록하는가를 검증하고 있다.

제6권 ‘일상생활 속에서의 총력전’에서는 지역·민중·생활의 시점에서 갖가지 戰爭像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종래의 연구에서는 경시되었던 공습, 疏開, 배급, 방공호, 어린이, 전쟁미망인, 상이군인 등도 여기서는 중요한 분석대상이 된다. 제7권 ‘지배와 폭력’에서는 이민족 통치의 갖가지 이데올로기, 테크놀로지, 경제지배의 측면에서 일본에 의한 통치가 아시아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 戰時期의 지배와 폭력의 구조가 전후에도 계승·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는 전후 아시아 각국의 국가건설 과정까지 시야에 두고 그 연속성과 변화를 포함해 분석하고 있다. 끝으로 제8권 ‘20세기 속의 아시아·태평양전쟁’은 전권을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20세기라는 긴 시간과 세계라는 넓은 공간 속에 아시아·태평양전쟁을 두고 볼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를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서 ‘제국’의 구조에 대신하는 새로운 질서의 모색과 전망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일본근대사를 전공하는 연구자 10여명으로 구성된 내셔널리즘연구회와 제국주의연구회에서는 7월부터 합동으로 이 시리즈의 윤독회를 지금까지 4차례 가졌다. 아직 1백 편이 넘는 논문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매번 열띤 토론을 거치면서 이 시리즈의 기본적인 취지와 입장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특별히 새로운 관점이 제시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되는 연구도 있었으나, 우리의 연구열을 자극하는 연구도 적지 않았다. 특히 토론에서는 ‘총력전체제’론과 ‘전시’와 ‘전후’의 연속설에 주된 초점이 맞추어졌는데, 이를 단순한 연속성 속에서가 아니라 연속성 속에서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연속성과 단절성에 관한 논의는 일본에서도 현재진행중인 쟁점이며 최근의 국민국가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논의와도 맞물리는 문제다.

이는 또한 일본근현대사를 전공하는 한국인 연구자와 일본인 연구자가 어떻게 역사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연구조류에서 제기되는 국민국가의 틀을 극복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근현대사를 전공하는 한국인 연구자의 대부분이 갖는 문제의식은 오늘날 일본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모순을 바라보는 시점이며, 그 문제의 근원을 제국주의시대의 전쟁과 식민지주의 속에서 파헤치고자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제기되고 검증되는 다양한 문제의식과 연구들은 이러한 통념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일국사적인 관점이나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항대립적인 시점을 넘어서 과거의 전쟁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절화 하여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일본근현대사뿐만 아니라 한일관계사와 한국근대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박진우 / 숙명여대·일본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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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2006-09-27 09:45:52
岩派가 아니라 岩波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