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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진문인 의식조사(2)소설가
[특집] 신진문인 의식조사(2)소설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9.2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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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하루키 “지나친 숭상”… 이승우 재주목해야

젊은 작가들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파스칼 키냐르, 레이먼드 카버에서 오르한 파묵, 살만 루시디, 프랑코 모레티, 척 폴라닉까지 퍽 다양한 독서편력을 보여줬다. 선호하는 국내 문인도 박상륭에서 김승옥, 오정희, 이인성, 장정일, 천운영 등 범주가 넓다.

그러나 “문학사적으로 과대평가된 외국 문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7명이 공통으로 “하루키”를 꼽았다. 응답자들은 하루키에 대해 “초기작은 좋은데 후기로 갈수록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아쉬움 겸 불만을 표했다. 이는 그만큼 “하루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의 삶”과 연관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몇몇 작가들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하루키를 꼽기도 했다.

현존 국내 문인 중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이는 이문열이다. “작품의 질에 비해 지나친 문학 권력을 보유”했고, “매체들이 ‘위대한 작가’라고 칭송해 반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의 문학에서 ‘문학적인 무엇’을 바라는 일에 회의적”이며 문학 자체에 대한 “정밀한, 문학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춘원 이광수 또한 3명이 ‘비판이 필요한 문인’으로 꼽았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과장된 수사로 점철된 문인”이라는 것. 김동인에 대해서도 2명의 작가가 “작가적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보이지 않”고 “습작기적 자태를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비교적 젊은 문인으로는 소설가 한강이 “특색이 없”어 “간혹 ‘누구의 목소리’인지 헷갈린다”고 언급됐으며, 김영하에 대해서도 “그의 문학에는 시대적 진정성이 없으며 그것은 전략적으로 제거된 것이 아니라 김영하 자체의 불완전함 때문이다”라는 일침이 가해졌다.

문학적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할 문인에는 세 명의 작가가 이승우를 거론했다. 이승우는 영향을 많이 미친 작가로 거론되기도 했다. 1981년 스물 한 살에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등단한 그는 이후 ‘생의 이면’ 등의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이를 작품을 통해 명쾌하게 결론내린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소설이 가볍지 않아서인지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고, 평단에서도 인기 주제는 아니었다.

이외에 젊은 작가들은 제3세계 문학에 목말라했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문학에 대해서는 알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며 보다 많은 번역·연구·관심을 주문했다.

“주목하는 동료 문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5명이 ‘김중혁’을 꼽았다. 한 작가는 김중혁에 대해 “작품의 소재는 아날로그적인데 이것이 또 디지털적이기도 하다”며 “디지털 요소와 아날로그적 요소가 잘 결합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작가적 테크닉에 대한 부러움으로 보인다. 평론가 김형중은 “기능적 가치로부터 해방된 사물들을 작품 속에 수집함으로써 인간까지 해방시킨다”고 ‘김중혁 論’을 펼친 바 있다.

‘달려라 아비’의 주인공 김애란은 주목받는 만큼 평이 엇갈렸다. “젊고, 잘 쓰고, 인기많은” 김애란에 대해 몇몇 작가들은 “지금의 평가는 80년대 출생이라는 문학 외적 사실, ‘아버지를 부정하는 방식’에만 과도하게 치중됐다”라거나 “잘 읽힌다는 점으로 과하게 주목받고 있다”라며 ‘김애란’ 자체보다는 ‘김애란’에 과도하게 주목하는 평단을 비판했다. 

신예 작가들은 몇몇 작가들에게만 주목하는 비평에 불만이 많았다. 한 작가는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문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조명은 누가 하는 것이냐”라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조명 자체가 문학이라는 사건을 ‘무대화’시키는 것이며 누군가를 새롭게 조명하기보다는 조명받을 기회조차 없는 신인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학적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문인’으로 공선옥과 전성태를 꼽은 한 작가는 “비평가들이 자신들의 지평에서 담론을 펼치기 쉽거나 혹은 적합한 문학에만 먼저, 자주 손을 대는 경향이 있다”며 “김영하, 성석제, 전경린, 배수아 등이 그런 점에서 많이 노출된 반면, 훨씬 공력이 높은 공선옥, 전성태 등은 비춰지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문학의 위기를 초래하는 내적 요인으로 “몇몇 문예지와 비평가 중심으로 문학 판도가 좌우되는 것”을 꼽기도 했다.

‘한국 문학 위기론의 이유’에 대해 신진 소설가들은 “독서인구 감소에 따른 문학 시장 협소”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 “문학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 “왜 한국 문학을 접해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는 현 교육 시스템의 결함”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문학의 위기란 문학 내생적인 것”, “세계문학사에 비춰보더라도 한국문학은 이제 시작인데 위기라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학이란 더 이상 ‘위기’라고 부를 만큼 커다란 것이 아니며 개인적인 향유와 소통의 차원의 것이다”라는 답변도 나왔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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