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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만들 때
[대학정론]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만들 때
  • 논설위원
  • 승인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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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0:59:57

남북 정상회담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남북교류가 이제 보다 가까운 현실상황 속에서 ‘경제협력’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때 그때의 식량난에 따른 지원 및 제한된 민간의 독점적 개발에서 정부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경제협력으로, 남북한 경제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정부가 남북한을 망라한 산업지도의 작성방침을 밝히고 여당이 매년 국민 1인당 1만원 수준의 남북협력기금 조성을 정강정책으로 확정하는 등 비교적 발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정작 이에 상응하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이 중대한 민족적인 사안이 정쟁에 파김치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지도의 작성이나 기금조성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에 앞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衆智를 모아 통일지향적 남북한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다면 감추어 놓고 하나씩 꺼내 보일 것이 아니라 펼쳐 놓고 반드시 검증을 받아 수정․보완되어야 한다. 복안이야 어떻든, 중지를 모아 국민의 공감을 얻는 청사진을 작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요구될 뿐만 아니라 남북한 경제협력을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 청사진에는 민족통일의 의지가 담겨져야 하며, 적어도 통일에 이르기까지 경제협력의 단계별 실천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경제협력은 범위만이 아니라 성격도 다양하므로, 지원․공동기획․공동사업 등의 협력을 통해 경제통합으로 나아감으로써 민족통일의 기반을 다진다는 비전을 가지고 각 협력사업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지원, 공동기획 및 공동사업은 반드시 단선적인 선후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통합의 목표 하에 그 범위와 내용은 물론 단계적 접근도 기획될 필요가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의 일정 단계에서 반드시 제기될 남북한의 통화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미리부터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경제협력의 목표는 경제통합이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민족통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두고자 한다.

실천계획의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개발이 요구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경제협력의 재원조달 문제일 것이다. 기금의 추가조성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지만, “통일을 위해 1인당 1만원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여론을 기초로 해서 매년 그만큼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결코 과학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당장은 쉬울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해서는 소요재원의 추정, 유․무상지원의 범위와 단계 및 증여요인의 조정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국민에게 부담을 요구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국제적 지원체계를 조직하는 것도 당연히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획득된 국민의 지지에 고무되어 불쑥불쑥 ‘안이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곤란하다. 남북한 경제협력의 청사진부터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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