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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새만금 사업 호도하는 지역언론
[오피니언]새만금 사업 호도하는 지역언론
  • 교수신문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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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3 15:44:23
이중호 / 전북대·윤리교육과

오는 28일이면 그 말썽 많은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도 어언 9주년이 된다. 14대 대선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 씨의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급조되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새만금 간척사업은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일관된 정치권의 일방적인 주장과 지역개발에서 낙후된 전북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편승한 지역언론의 편파보도를 통해 서해안시대 전북발전의 장미빛 청사진으로 호도되어 왔다.

새만금 사업의 계속 추진을 주장하는 측은 이 사업의 장점으로 농지확보를 들고 있다. 이들은 박정희 정권 이래로 계속돼온 농정실패의 원인과 책임은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식량안보를 내세우며 사업시행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3만 헥타아르의 농지가 전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화를 앞세운 농업정책의 포기로 여전히 농촌에서는 휴경지가 늘어만 가고 있는 사실은 정작 도외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우선 간척지 조성을 계속하고 보자는 속셈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수질오염 방지와 개선 비용을 뺀 방조제공사와 내부개발 공사비만도 애초의 2조 5천억원 규모에서 그 배를 넘어 6조원을 벗어나고 있다. 더구나 전북도지사 주장대로 경제성 높은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려면 총 사업비가 28조 5천억 가까이 소요되리라 하니, 경제성을 앞세운 복합산업단지 조성계획도 의도적으로 조작된 기만이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장미빛 환상에 불과하다. 수 년 전에 유종근 전북지사는 새만금지구에 해외 첨단기업인 다우코닝사를 유치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현대제철도 기필코 유치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도민들마저 나서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지만, 현대제철은 물 건너 간지 이미 오래 이고 다우코닝사는 말레이지아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들려 온다.

유종근 지사의 ‘장미빛 환상’
지난 9월, 호남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도 사업시행을 촉구하는 모 단체의 대표는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조성을 역설하며 새만금 사업의 계속 시행을 주장했다. 꼭 10년 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될 무렵, WTO의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에 대한 농민들의 전국적인 저항으로 겨우 쌀 수입만을 몇 년간 유예시키면서도 “이미 한국의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들만이 남아있으니, 10년 후면 자연히 쌀 수입도 개방될 것”이라며 외국을 설득했었다는 정부측 UR 협상대표의 얘기가 생각났다.

이날 사업시행처인 농업기반공사에서 나온 한 토론자는 “전북도지사가 복합산업단지를 들고 나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내고 있으며, 성장을 위한 개발도상국의 환경오염은 얼마간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였다. 이런 주장은 오히려 매우 솔직한 얘기로 들린다. 문제가 제기되는 한 그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가 없다는 측은 결코 해결책을 가질 수 없다. 그 동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채로 고무줄처럼 늘어나 온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농지가 되든 산업단지가 되든 목표수질 달성가능성을 장담하는 기술만능주의나 경제성 평가의 자의적 계산으로 장미빛 환상을 부추기는 개발론자들에게서는 사업시행에 목구멍을 매단 그들의 솔직함이나마 찾아보기 어렵다.

김대중대통령은 최근 전북지역 순시에서 새만금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지적하였다. 이 사업의 궁극적인 이해 당사자는 국민들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수질개선단은 산하 연구기관인 환경정책연구원 원장인 조사단 단장의 소위 환경친화적 개발이라는 개인의견을 마치 공동조사단의 종합의견인양 왜곡, 사업추진 결정을 해선 안된다. 정책결정자의 역사적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꼴이고, 수억 원을 들인 조사단의 연구결과를 폐기하는 처사다.

지역언론, 편파보도로 여론 호도
지방정부와 그 주변 유력자들 및 지역언론의 삼중주는 이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지역언론사들은 더 이상 지방정부의 주문에 따른 편파보도로 지역여론을 왜곡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정치인들과 애향운동본부 등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소위 관변 단체들의 ‘새만금 사업 촉구를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은 그야말로 만용일 뿐이다. 2백만에도 못 미치는 전북도민 인구의 절반을 모으겠다는 발상은 수용토지나 어업권을 보상받은 농민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급기야 교육청에도 협조공문을 보내 교사들을 위협하고 어린 학생들까지 서명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이다. 공동조사단 민간측 위원이었던 서울대 이정전 교수는 “어떻게 반쪽의 진실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며 공개토론을 요구했다고 전한다. 진실은 오직 하나이며 왜곡된 사실들이 결코 진실이 될 수는 없다.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고,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을 채우는 일이다.leho@moak.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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